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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친 강도살해 후 '커플링' 구매...잡히자 "연인 간 다툼" 주장 [그해 오늘]

김혜선 기자I 2024.10.03 00:01:02

억대 전세보증금 노린 부산 '이불 시신' 사건
"죽은 개 처리하자"며 지인 끌어들여 시신 유기
법원 "피해자 카드를 태연하게 사용"...무기징역 선고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17년 10월 3일.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이불에 싸서 유기한 사건의 현장 검증이 시작됐다. 일명 ‘이불 시신’ 사건의 범인은 두 명으로, 여성을 살해한 주범과 시신 유기에 도움을 준 공범이었으나 이날 주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싫다’는 등 이유로 주범인 구모씨(당시 55세)가 현장 검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부산항 인근 해상에서 발견되 변사체. (사진=부산해양경찰서)
구씨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도박, 악성 채무 등으로 공과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생활을 이어오던 이었다. 그런데 과거 연인으로 지냈던 피해자가 약 1억원의 전세 자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접근해 돈을 빼앗기로 결심했다.

구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그는 공범인 B씨에 범행 보름 전부터 연락해 ‘죽은 개를 처리할 일이 있다’, ‘조만간 부를 테니 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신 유기에 도움을 받기 위해 미리 손을 써 둔 것이다.

2017년 9월 20일 새벽, 구씨는 새벽에 퇴근하는 피해자에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접근했다. 이후 피해자의 집까지 들어간 그는 피해자를 마구 폭행하며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려 했다. 피해자가 일부 통장의 비밀번호를 실토하자 그를 목 졸라 살해한 구씨는 집에서 귀금속과 신용카드, 통장도 훔쳤다.

이후 구씨는 피해자의 시신을 이불에 싸고 이삿짐 바구니에 넣었다. 시신을 잠시 자신의 집에 보관하던 구씨는 B씨를 불러내고, 평소 악취가 심하던 하천에 시신을 버렸다. 그런데 바구니가 가라앉지 않고 떠오르자 구씨는 다시 바구니를 던져 모래주머니를 넣고 강물에 밀어 넣었다. 그래도 바구니가 가라앉지 않자 B씨가 ‘그만 하고 신고하고 벌금 조금 내자’고 제안하자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구씨는 범행 후 이틀 만에 피해자의 은행 계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340만원을 인출하고, 집에 있던 귀금속도 장물로 팔아 현금화했다. 그는 이 돈으로 ‘커플링’을 구매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바로 다음날 그의 신용카드로 횟집 외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에는 고깃집에서 외식을 하기도 했다. 다만 피해자의 전세 보증금이 들어 있던 통장은 비밀번호가 달라 사용할 수 없었다.

구씨의 잔혹한 범행은 9월 26일 한 낚시꾼이 부산항에서 피해자 시신을 발견하며 발각됐다. 당시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드라이기로 수시간 동안 말린 뒤 지문을 채취하는 등 신원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구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피해자와는 과거 연인 사이이며, 말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구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재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치밀한 계획하에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신을 유기하는 등 죄책이 극히 무겁다. 자신의 가해행위로 여성이 사망한 사실만 인정할 뿐 반성하지 않고 있다. 사회로부터 격리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강도살인 범행의 불량한 동기, 반인륜성, 치밀한 계획성, 범행 뒤 피해자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생활을 하면서 살해한 피해자 카드를 태연하게 사용한 점과 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이 너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공범인 B씨에는 시신 유기 혐의로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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