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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잖아 붙잡힌 임은 구속돼 강간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사형을 선고했다. 범행 동기나 수법, 이후 정황 등에 비춰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겼고, 유족이 임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것도 반영됐다.
임은 사형이 너무 가혹하다고 항소했다. 2심과 대법원 판단은 다르지 않았다. 임에게는 사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1997년 12월30일. 법무부는 사형 기결수 23명에 대한 형을 집행했다. 이 명단에 임의 이름도 포함됐다. 임은 자신의 사체와 안구를 기증하고 갔다. 이날을 끝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사형 집행이 중단됐다.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된다.
당시 사형집행을 두고서 일각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영삼 정부가 외환위기(1997년 11월)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꺼낸 정국전환용 카드라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장기 미집행 사형수에 대한 통상적인 집행일 뿐이고, 흉악범죄에 대한 법의 엄정함을 보여 사회 기강을 확립하려는 취지’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었다.
임의 사형 집행 이후에도 유사한 범죄는 계속됐으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누그러졌다. 안양 초등생 유괴 살인사건의 정성현(2007년), 부산 사상구 아동 성폭행 살인사건의 김길태(2010년)가 저지른 범행은 임에 못지않았다. 그러나 이들 둘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대전 1세 여아 강간·살인 사건의 양정식(2021년)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