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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병원에 도착한 가족들. 그런데 가족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아들의 몸 곳곳에서 확인된 멍과 상처들이었다.
윤호 군을 응급 처치하던 병원에서도 윤호 군의 몸에 남은 상처들을 보고 학대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들이 왜 갑자기 사망했는지 그 이유를 꼭 알고 싶었던 가족들. 그런데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 병원 응급실로 향하던 그때, 시설 관계자로부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저희가 때려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좀 꼭 이야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설 관계자 -
아들 윤호의 사망에 시설 측은 관련이 없다고 잘 말해달라는 취지의 부탁. 가족들은 이런 말에 오히려 시설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고 한다. 지난해 2월부터 복지시설에서 생활했다는 윤호는 장애가 있긴 했지만 건강했다고 한다. 2년이 채 되지 않던 기간, 윤호는 시설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던 걸까.
시설 관계자들은 윤호 몸에서 발견된 수많은 상처들은 윤호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적장애가 있던 윤호가 평소에 하던 자해의 흔적이라는 것. 그리고 낮잠을 자던 윤호가 깨워도 반응이 없어 병원으로 데려갔을 뿐, 윤호가 의식을 잃은 건 자신들도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 거주 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힘들다며 제작진에게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 시설 측. 사실, 시설 측의 기록에는 윤호가 평소 자해를 해왔다는 내용이 남아있다.
그러나 시설 내부에는 CCTV가 없어, 평소 윤호가 어떻게, 어느 정도 수위로 자해를 했는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긴 어려운 상황. 가족들은 윤호가 자해를 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심하게 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학대를 의심하는 가족과 자해를 오해한 것이라는 시설 측,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윤호의 사망 원인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경찰이 실시한 부검에서, ‘사인 미상’이라는 아주 드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평소에 건강에 이상이 없었음에도 낮잠을 자다가 갑작스레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윤호. 그 죽음의 원인은 무엇일까.
학대는 당연히 없었고 이용자들에게 헌신해왔다는 시설. 윤호는 정말 스스로 본인의 몸에 그 많은 상처들을 냈던 걸까. 윤호의 몸에 남은 흔적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무릎 안쪽에 크고 동그랗게 생긴 상처. 자해로 만들어지기에는 부자연스러운 상처이기에 제작진은 이 ‘무릎 상처’에 주목했다.
시설 측은 윤호가 평소에 양쪽 종아리를 바깥으로 하고 꿇어앉는 일명 ‘개구리자세’ 혹은 ‘W자세’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설명했다. 제작진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5년, 10년 또는 그 이상 ‘W자세’가 습관화된 사람들을 취재했다.
윤호가 시설에서 생활하기 전 다니던 특수학교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윤호를 활발하고 밝은 아이라고 기억한다. 화단에 물을 주는 것을 좋아해 한때 농부를 꿈꾸던, 음악을 들으며 서툰 몸짓으로 춤추던 윤호. 그런 윤호가 왜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진실이 꼭 알고 싶다는 가족들. 목격자도 CCTV도 없는 상황에 윤호의 죽음에 관해 유일하게 남은 객관적 증거는 윤호의 시신. 제작진은 윤호의 몸에 남은 상처들과 부검감정서를 분석했다.
십여 명에 달하는 각 분야 의료진의 자문, 상처의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메디컬 일러스트와 3D모델링 작업 그리고 신체 곳곳에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여러 가능성에 대한 시뮬레이션까지 최대한 객관적·과학적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조선대 법의학교실 김윤신 교수는 “자해라는 단어 한 마디로는 설명이 안 되는 거죠”라고 했다. 응급의학과 김대희 교수는 “발달 장애가 있었다곤 하더라도 청소년이 심정지가 오는 상황은 대단히 흔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윤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쳐 본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매주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