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아이언맨 헬멧' 쓸 날 머지않았다

이준기 기자I 2021.09.24 00:01:00

[홀로그램]①요절한 가수들까지 되살려…VR·AR 맞물려 주목
'인간과 상호 커뮤니케이션' 인터랙션 홀로그램, 급속히 발전
두각 나타내는 국가 없어 '미지의 세계'…R&D 지원 등 '시급'

올해 7월21일 경기도 수원의 경기아트센터. 주옥같은 명곡으로 유명한 가수 고(故) 김현식이 세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의 기타와 고 전태관의 드럼 연주에 맞춰 ‘비처럼 음악처럼’을 열창한 겁니다. 김현식·전태관을 되살려낼 수 있었던 건 바로 홀로그램(Hologram) 기술 덕분이었습니다. 기술의 발달이 고 김광석·유재하·신해철 등 요절한 인물들을 줄줄이 부활시키고 있는 겁니다. 이들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처럼 주로 공연·광고·전시·게임·패션 등 문화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는 홀로그램은 이제 교육·교통·국방 등 분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만큼 시장규모도 무궁무진하다는 얘기겠죠. 그러나 국내 홀로그램 산업은 아직 ‘태생기’ 수준입니다. 기술개발(R&D)부터 원천기술 확보까지 체계적인 지원방안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7월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의 한장면. 멤버 김종진이 고 김현식과 합을 맞추고 있다. 사진=MBC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1970년대 영화 ‘스타워즈(Star Wars)’를 보신 분들이라면 로봇 알투디투(R2-D2)가 악당 다스베이더에게 납치된 레아 공주가 처한 상황을 전사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마치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는 것처럼 말이죠. 이 기술이 바로 홀로그램입니다. 정확히 홀로그램은 홀로그래피 원리로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통해 실제와 같은 영상을 재현하는 콘텐츠 기술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서 홀로그래피란 그리스어로 전체를 의미하는 ‘홀로’(Holo)와 기록을 의미하는 ‘그래핀’(Graphein)이 합성된 말로, ‘모든 걸 기록하는 매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지금 바로 홀로그램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핵심은 ‘빛 간섭현상’

홀로그램은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만들어집니다. 레이저 광선 2개 중 하나는 직접 스크린에, 다른 하나는 우리가 보려고 하는 물체에 각각 비춥니다. 각각 기준광(reference beam)·물체광(object beam)이라고 부르는데요. 물체광은 물체의 각 표면에서 반사돼 나오는 빛인 만큼 표면에 따라 거리 차가 발생해 스크린에 각각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때 변형되지 않은 기준광이 물체광과 간섭을 일으키는데, 이 간섭무늬를 저장한 필름을 홀로그램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조금 어려우시다고요? 그럼 잔잔한 호수를 머릿속에 그려보세요. 이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의 파장에 따라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물결은 동심원을 그리면서 바깥으로 전달돼 나가지만 호수에 또 다른 돌을 던진다면 이 물결이 변하게 되죠. 여러 물결이 서로 부딪히거나 굴절돼 발생하는 간섭 현상을 이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홀로그램은 물결이 아닌 빛의 파형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게 다른 점인데요. 빛은 간접 현상 속에서 더 밝아지거나 더 어두워지는 간섭무늬를 만들어내고 이 정보를 인식해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이 바로 홀로그래피 기술입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사진=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VR·AR 넘어 AI까지 접목

홀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츠가 주목을 받으면서 더욱 커졌는데요. 홀로그램은 3D TV나 VR 등처럼 안경과 같은 보조기기 없이도 이미지의 질감과 굴곡 등을 표현하기 때문에 실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죠. 아무래도 공연·광고·전시·게임·패션 등의 분야에서 많이 접촉해봤을 걸로 추측됩니다. 올해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어가 신곡을 유튜브를 통해 발표했는데, 홀로그램을 반영한 뮤직비디오(MV)가 유튜브 공개 한 달 만에 174만회 조회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기존 음성으로만 구현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홀로그램에 접목해 실재감·현실감을 주려는 인간친화형 서비스로 확대되는 모습인데요. SK텔레콤과 원더플플랫폼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레이저빔·챗봄 등 3가지 기능을 갖춘 홀로그램 스피커 ‘옥토스’를 선보인 게 대표적입니다. 또 영상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벗어나 모션센서(Motion Sensor)를 통해 터치와 움직임을 인식하고 3D홀로그램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인간과 상호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하는 인터랙션(Interaction) 홀로그램으로도 발전하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상용화된 5세대 네트워크(5G)는 4G 대비 20배나 빠르게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와 모든 사물을 연결시킬 수 있는 만큼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홀로그램 구현을 실현할 핵심 열쇠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형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홀로그래픽콘텐츠연구실장은 “우리가 흔히 ‘홀로그램’이라고 하면 영화 아이언맨에서 보아왔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영상이 떠있는 것을 상상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홀로그램 간섭패턴을 디지털 방식으로 생성하는 기술인 CGH(Computer Generated Hologram)를 이용해 홀로그램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와 있는 만큼, 공간 광 변조기(SLM, Spatial Light Modulator) 개선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인 자비스(Jarvis).
미지의 세계…韓 ‘세계 1등’ 넘본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글로벌 산업 홀로그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2018년 160억달러(약 18조8100억원)에 불과했던 글로벌 홀로그램 시장은 내년 205억달러(약 24조1000억원)로 규모로 연평균 6.8% 안팎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최대 시장인 미국은 내년 105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51.1%)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고요. 이어 유럽(33억달러), 일본(24억달러) 순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삼성·LG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아직 열악한 실정이나 연평균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며 2025년 1조4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물론 미국 등이 한걸음 앞서 있는 형국이긴 하나 큰 격차는 아니라는 게 중론입니다. 여전히 홀로그램 산업은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다는 건데요.

그래서 더 빨리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이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 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부분 기술력, 성장세가 큰 콘텐츠 시장, 5G 기반의 플랫폼·디바이스 기반 시장 구축 등 기초가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홀로그램 관련 특허 출원이 미국·일본 등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라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죠. 게다가 전라북도·익산시·ETRI 등이 추진 중인 총 사업비 1817억8000만원 규모의 ‘홀로그램 기술개발’ 사업도 순탄히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료=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2014년 빌보드 어워즈에서 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이미지가 공연하고 있다(위). 아래는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홀로그램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아이언맨 슈트를 만드는 모습.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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