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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각]②신라의 엘리트 사관학교 '화랑도' 뭐가 달랐나

유현욱 기자I 2021.06.05 00:03:02

오늘의 원픽: 'WarStrategy' 11강 신라가 대당전쟁에서 이긴 진짜 이유
"유능한 인재 양성의 요람…문무 모두 갖춘 보편적 지식인 키워내"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개방적인 구조로 사회 통합 기능도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유현욱 기자] 변방의 약소국인 신라가 당시 동아시아 패권국 당나라를 꺾은 여러 배경 중 하나는 유능한 엘리트를 양성하는 ‘시스템’에 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위대한 생각: 워-스트래티지’ 열한 번째 강연 ‘신라가 대당전쟁에서 이긴 진짜 이유’ 편에서 “한두 명의 뛰어난 인재만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엘리트 사관학교였던 화랑도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 워-스트래티지’ 11강 ‘신라가 대당전쟁에서 이긴 진짜 이유’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국선도(國仙徒)·풍월도(風月徒)·원화도(源花徒)·풍류도(風流徒) 등 여러 이름으로 전해지는 화랑도는 인재를 가려서 국가에 등용함을 목적으로 진흥왕이 창설했다. 화랑도의 총지도자인 국선은 원칙적으로 전국에 1명이었다. 화랑은 7~8명에 이를 때도 있었으며 화랑이 거느린 각 문호의 낭도는 수천 명에 달했다.

‘삼국유사’에는 ‘무리를 뽑아서 그들에게 효제와 충신을 가르쳐 나라를 다스리는 데 대요를 삼는다’고 적혀 있으며, ‘삼국사기’에는 ‘처음에 군신이 인재를 알지 못함을 유감으로 여기어 사람들을 끼리끼리 모으고 떼 지어 놀게 해 그 행실을 보아 거용하려 했다’고 기록돼 있다.

최 교수는 “왕실, 귀족 자제로 구성돼 심신을 단련했다”면서 “심신은 문무 모두를 말한다”고 강조했다. 무인이라며 싸움만 하고, 문인이라며 글만 읽는 게 아니었다. 오늘날로 치자면 문·이과를 나누지 않고 통섭형 인재, 보편적 지식인을 키워낸 셈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렇듯 칸막이를 허문 사례는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최 교수는 이어 “많은 화랑들이 삼국통일 과정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한다.

이는 사군이충(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긴다)·사친이효(효도로써 어버이를 섬긴다)·교우이신(믿음으로써 벗을 사귄다)·임전무퇴(싸움에 임해서는 물러남이 없다)·살생유택(산 것을 죽임에는 가림이 있다) 등 세속오계에 잘 드러난다.

황산벌 전투에서 백제의 계백과 싸우다 죽은 관창, 깊은 우정을 나눈 무관랑의 죽음에 따라 숨을 거둔 사다함 등이 세속오계를 지킨 대표적인 화랑으로 알려져있다.

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휘하의 낭도는 물론 모든 신라인이 한마음으로 외적들과 맞서 싸울 수 있었다.

최 교수는 “재밌는 건 화랑도가 개방적인 구조라는 점”이라며 “고아 출신인 미시랑이 국선을 지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완충 지대로 기능한 셈이다. 역대 주요 국선으로는 설원, 김유신 등이 있으며, 경문왕의 경우 왕이 되기 전에 국선으로 화랑도를 이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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