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52년 만들어진 ‘곰표’는 무려 68년이나 된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다.
대한제분은 ‘밀가루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곰표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티셔츠로 시작한 상품들은 치약, 쿠션, 팝콘, 세제에 이어 패딩까지 다양하다.
흰색 바탕에 마스코트 곰과 특유의 녹색이 합쳐진 곰표 브랜드는 ‘세련’이라는 단어보다는 촌스럽다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곰표가 출시한 굿즈에 셀럽(유명인)들과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구입했다는 인증사진들이 올라오면서 이같은 제품들은 출시와 동시에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곰표는 지난 5월 CU와의 협업제품 3탄으로 ‘곰표 밀맥주’를 내놨다. 이 맥주는 금색 빛깔, 부드러운 거품과 함께 고소한 밀향을 은은한 복숭아향이 감싸는 맛이 특징이다.
곰표 밀맥주는 출시와 동시에 반응이 뜨거웠다. 대대적인 광고와 마케팅이 없었기에 그 반응이 유독 눈에 띈다. 대박을 터트린 이유는 2030세대에서 마스코트 표곰이 인기를 모으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탔고, 4050세대 사이에서도 ‘맛’ 좋은 맥주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
곰표 밀맥주는 곰표 브랜드를 보유한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협업해 탄생한 제품이다.
현재는 CU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앞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에서도 제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다만 이 맥주는 현재 양평의 한 소형 양조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발주도 제한된 상태다. 초도 물량 10만 개가 단 3일 만에 완판됐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30만 개가 팔렸다.
|
서울 중구에 있는 한 CU 편의점 점장은 “곰표 맥주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 출시된 후에도 물량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을뿐더러 진열해놓기 무섭게 바로 품절된다”라며 “지금도 발주를 넣어놓은 상태다. 몰려드는 주문량에 생산업체도 더 큰 공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더라. 정확한 입고 날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촌스러운 디자인의 곰표 밀맥주가 흥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달라진 주세법을 꼽을 수 있다. 맥주와 막걸리에 한 해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개편되면서 수제맥주는 르네상스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또 한 양조장이 다른 제조 시설에서 위탁제조를 할 수 있게 되고, 주류 통신 판매가 일부 허용된 것도 수제맥주 업계엔 호재다.
|
뿐만 아니라 ‘노 재팬’ 운동으로 편의점 내 일본 맥주가 철수됐고, 코로나 사태로 중국산과 유럽산 맥주의 소비자 선호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입물량이 감소됐다.
여기에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곰표 브랜드의 로고를 그대로 재현한 복고풍 감성이 브랜드 마케팅과 수제 맥주의 대중화를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 역시 곰표 밀맥주의 큰 인기 요인으로 ‘뉴트로’(새로운 복고) 트렌드에 부합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2030세대에게 곰표 밀맥주는 이름부터 패키지까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4050세대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라며 “여기에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깔끔한 맛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이 맥주를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