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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한제주①] 노을과 달빛 별빛 그리고 바람의 트레킹

강경록 기자I 2017.07.22 00:00:01

군산, 정물, 새별, 용눈이오름
8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추천 10선'

군산오름의 별궤적(사진=제주관광공사)
군산오름 야간트레킹(사진=제주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의 밤은 노을을 밀어낸 바람과 별빛 사이로 내려온다. 보행자의 걸음보다 빠른 속도로 어둠이 달음질하면 오름 풀숲에는 하나둘 켜지는 작은 불빛. 야간 오름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켠 헤드랜턴 불빛이다. 밤에 오름에 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건 먹색으로 칠해진 제주가 아닌, 주변 오름군락의 실루엣과 별빛, 그리고 불켜진 한치잡이 배들이 만드는 풍경이다.

서귀포와 산방산을 볼 수 있는 군산, 자연적으로 생성된 못이 있는 정물오름, 별 보기에도 좋은 새별오름, 능선이 아름다운 용눈이 오름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오름은 왕복 시간이 1시간 내외이므로 해가 지기 전에 올라 오름의 정상에서 일몰을 보거나, 어둑어둑할 때 올라가 별과 야경을 보는 것도 좋다. 안전을 위해 2명 이상 그룹을 지어 올라가는 것을 권한다. 트레킹화나 운동화, 헤드랜턴은 필수다.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에 있는 군산오름은 생김새가 마치 군막(軍幕)을 친 것과 비슷하다고 해 군뫼(메), 산이 솟아날 때 굴메(제주어의 그림자)처럼 보여 굴메오름, 고려 목종 7년(1007년)에 화산이 폭발하니 성서로운 산 하나가 생겨났다고 해서 서산(瑞山)이라고도 불리는 등 유래가 다양하게 기록돼 있다. 분화구가 없는 오름은 바위 2개가 동쪽과 서쪽에 하나씩 서 있어 꼭 용의 머리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예로부터 자리가 명당이라고 알려진 오름은 서쪽 경사면에 상예공동묘지가 있다. 또 과거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를 지냈다고도 한다.

일주도로(1132번)과 한창로(1116)가 만나는 창천삼거리에서 서귀포시 방면 500m 지점의 오른쪽 길을 따라 1.3㎞를 가다 보면 군산오름 산책로가 보인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20분가량 소요된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정물오름이 해발 466m의 기생화산이다. 북서쪽으로 넓게 벌어진 말발굽형 화구를 가진 정물오름은 남서쪽에서 다소 가파르게 솟아올라 꼭대기에서 북서쪽으로는 완만히 뻗어 내리면서 오름 북서쪽으로 두 팔을 벌린 형태다. 마치 자신에게 달려오는 아이를 품에 안기 위해 두팔을 벌린 엄마의 모습이다. 오름 기슭 주차장 입구에 ‘정물’이라고 불리는 쌍둥이 샘물(雙泉)이 있어 이 샘의 이름에서 오름의 이름이 유래됐다. 정물오름은 오름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멀리 평화로에서 바라보는 오름 스카이라인의 경관의 일품이다. 평화로에서 이시돌로 빠지는 교차로에서 바라보는 새별오름, 정물오름, 당오름, 금오름, 도너리오름 등의 제주서부지역의 오름 군락이 이뤄내는 스카이라인에 감탄이 절로 난다.

초저녁에 외롭게 떠 있는 샛별 같다’해서 ‘새별’이라는 예쁜 이름이 붙은 오름으로 제주시에서 서부산업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허허 벌판에 동그랗게 솟아 있는 519.3m의 새별오름을 발견할 수 있다. 멀리서 보기에는 동그랗지만 실제로 오름을 오르면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는데 바로 옆의 이달봉에서 바라보면 새별오름의 형세가 제대로 드러난다. 새별이라는 이름과 딱 들어맞게 실제로 새별오름과 함께 다섯 개의 둥그런 봉우리들이 별 모양을 이루고 있다. 오르는 길의 경사도가 만만치 않지만 힘겹게 정상에 오르면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동쪽으로는 멀리 한라산이 영험한 자태로 서 있고 북쪽에서부터 서쪽으로는 과거 몽골군과 최영 장군이 격전을 치렀던 곳으로 알려진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용눈이오름은 368개에 이른다는 제주 오름들 중 유일하게 세 개의 분화구를 함께 가지는 특별한 모습이다. 제주도 동쪽 가장 끝에 자리하고 있어 성산일출봉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장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구불거리는 부드러운 능선의 어울림과 바다를 조화롭게 담는 모습으로 사진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오름이기도 하다. 용이 누워 있다는 의미의 용와악(龍臥岳)이란 거창한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용눈이란 이름의 정겨움만 못하다. 작은 새끼 오름들이 주변으로 함께하는 이곳은 제주도의 손꼽히는 명당으로도 알려진다. 능선으로 수없이 자리하는 검은빛 산소들이 더없이 편안한 쉼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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