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관객과의 대면이 중요한 공연예술계의 고충은 계속되고 있다. 국립발레단도 마찬가지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잇따른 공연 취소 등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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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취소에도 단원들의 연습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2020년에는 단원들의 재택 연습을 위해 국립발레단 후원회를 통해 발레 바(ballet barre)를 제공해주고 화상을 통한 레슨을 이어가는 등 신경을 쏟아부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는 공연 취소 없이 무사히 공연을 진행 중이다.
강 단장 또한 3연임 이후 해외 교류 등 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강 단장은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미 생각했던 ‘플랜A’를 ‘플랜B’ ‘플랜C’로 바꿔가며 최선의 방법을 찾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며 “발레단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영상화 사업 등 많은 아이디어를 찾았고, 그 과정에서 발레단도 더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신작으로 안무가 프레데릭 에시튼의 희극발레 ‘고집쟁이 딸’을 선정한 것도 코로나19의 영향이다. 힘든 시기 관객이 보다 재미있고 편안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발레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강 단장은 “매년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선보이기 위해 고전발레, 네오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로 프로그램을 꾸려오고 있는데, 올해는 관객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더 밝고 재미있는 ‘고집쟁이 딸’을 신작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강 단장은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가장 뿌듯한 순간을 “모든 단원, 직원, 스태프가 하나가 돼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는 때”로 꼽았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관객과의 만남을 감사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다리는 이유다. 그는 “무대에 선 단원들이 전하는 희로애락을 관객이 좋아해 주고, 이를 또 단원들이 즐겨줄 때 저 역시 ‘힐링’을 받는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19세 때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활동하며 30년간 발레 무용수로 세계 무대를 누볐다. 2016년 현역 무용수 은퇴 이후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에 매진하고 있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강 단장은 “후회 없는 무용수의 커리어를 살았기에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발레는 제게 삶 그 자체에요. 저는 발레를 통해 인생을 배웠고, 인생을 통해 발레를 알아갔으니까요. 발레는 단순히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감정과 연구, 지식이 다 같이 들어가 있거든요. 발레리나로서 힘들 때도 많았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제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받았기에, 저는 그런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