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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유레카] 일양약품 ‘놀텍’ 세계 최초 명성 ‘흔들’..위기 극복 관건

유진희 기자I 2022.02.07 00:00:05

2008년 허가받은 국산 신약 14호..3세대 PPI
당시 제품 대비 반감기 4배 길고, 부작용 적어
1987년 후보물질 발굴, 20여년 연구 끝 개발
2012년 역류성식도염 적응증 추가로 매출 급증
한미약품 에소메졸 PPI 1위 내주며 자존심 구겨
지난해 적응증 추가 실패..경쟁 신약도 속속 출시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신제품 개발은 어느 업계나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까지는 말 그대로 ‘천운(天運)’이 따라야 한다. 특히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제품 개발은 평균 10년가량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다. 그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제약·바이오 강국에 대한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일양약품(007570) 항궤양제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의 성장세에 적신호가 켜졌다. 적응증 확대 실패 등 잇단 악재에 이어 경쟁 국산 신약까지 쏟아지면서 세계 최초 3세대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명성도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위기 극복 여부에 따라 성장 그래프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일양약품)


놀텍은 2008년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 14호다.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큰 기대감을 줬던 제품이다. 소화성궤양, 역류성식도염 치료제로 각광받던 PPI의 3세대 제품으로 성능과 안전성을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일양약품에 따르면 놀텍은 당시 경쟁 제품 대비 반감기가 최대 4배가량 길었으며, 향혈전제 클로피도그렐 등과 같은 약물과 복용하더라도 상호작용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중증 미란성식도염 치료 및 지속적인 위산억제 효과를 나타내 추가 약물복용도 필요 없었다.

일양약품은 1987년 후보물질 발굴부터 약 20년의 연구기간, 1만5000여 마리 동물실험, 수많은 임상시험 등을 거쳐 이를 입증했다. 여기에 정부도 1992년 선도기술 개발사업과 1998년 신약개발 과제 등으로 선정하며, 차세대 신약으로서 신뢰도를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일양약품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 물질특허를 등록해 지적재산권도 확보했다.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2012년 역류성식도염 적응증을 추가하며, 매출이 본격화됐다. 2013년 기존 매출 300%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다.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20년에는 38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일양약품은 웃지 못했다. 이른바 ‘항궤양제 시장 불순물 파동’의 반사효과로 경쟁업체들의 성장이 더욱 가팔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전년 대비 놀텍의 매출은 오히려 역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미약품(128940)의 에소메프라졸 성분 PPI ‘에소메졸(합성신약)’ 외래처방액 2019년 놀텍을 처음으로 앞질렀으며, 지난해 업계 1위에도 올랐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에소메졸의 지난해 외래처방액은 538억원이다. 지난해 PPI 계열 항궤양제 가운데 유일하게 500억원 이상 처방실적을 냈다.

악재도 잇따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적응증 확대 실패가 대표적인 예다. 일양약품은 놀텍에 대해 비미란성식도염 적응증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임상 3상을 진행했으나,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난해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2012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놀텍의 비미란성식도염 임상 3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진행해온 지 9년여 만이다. 업계에 따르면 비미란성식도염은 국내에서 가장 처방빈도가 높은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약가도 인하해야 할 처지다. 앞서 일양약품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에 따른 정부의 제재 조치가 예고된 바 있다. 제재 제품 9개 중 놀텍정의 경우 4% 약가 인하 대상으로 현재 1131원에서 1088원 조정될 예정이다.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PPI 제품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 피캡)의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며 “일양약품이 이 같은 위기를 얼마나 잘 대처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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