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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佛 포퓰리즘 논란, 남의 나라 얘기인가

김기훈 기자I 2012.03.16 09:40:00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프랑스 정국이 오는 4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흙탕물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좌·우파 후보 간의 선심성 공약 대결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논쟁으로 확산되면서부터다. 공약 남발을 주도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재선에 도전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사르코지는 대선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라이벌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극우 포퓰리즘 전략을 들고 나왔다.

사르코지의 포퓰리즘 성향이 가장 짙게 밴 것은 반(反) 이민정책이다. 사르코지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솅겐조약을 1년 안에 개정하지 않으면 조약에서 아예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솅겐조약은 EU가 회원국 간 국경 출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난 1985년에 체결한 조약이다.

사르코지는 좌파 유권자의 표를 대부분 올랑드에게 뺏긴 만큼 극우파들이 주창하는 이민자 배척에 동참함으로써 우파 세력의 표는 확실히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역시 헝가리 이민자인 아버지와 그리스 이민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라는 점.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르코지가 표심 얻기에 눈이 멀어 자신의 뿌리까지 잊어버린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포퓰리즘 정책은 이미 유럽 재정위기를 통해 그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유럽식 복지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사르코지 또한 포퓰리즘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이익을 위해 현실을 무시하기로 한 듯하다.

우리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앞다퉈 지키지도 못할 복지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마구잡이식 공약이다. 이들이 내건 공약을 지키기 위해 향후 5년간 340조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재원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인데 살림살이에도 버거운 국민에게 이를 또 부담하게 할 셈이다.

설사 실천하기 어려운 선심성 공약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치자. 공약을 지키자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냥 무시하자니 국민의 눈이 무섭다. 공약을 어설프게 이행해도 국민의 반발을 사 정권 교체의 빌미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우리 정치권 역시 그간 숱한 경험을 통해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나 우리 정치권이나 명분과 현실 간의 괴리를 좁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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