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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 경기 반등에 올해 세수 300조 넘길 듯…인플레·부동산 변수

이명철 기자I 2021.06.09 00:00:00

1~4월 국세 133조4천억 걷어, 경기회복·자산시장 호조
수출 호조 등 기업 실적 개선, 보유세 인상 효과 등 기대
지난해 하반기 기저효과 높아…세계적 경기 흐름 관건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올해 4월까지 거둬들인 국세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연간 국세 수입이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호황에 힘입은 기업 실적 개선과 함께 부동산, 주식 등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양도세, 거래세 등 관련 세수입도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율 인상 및 적용대상 확대에 힘입어 세 수입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세수 호황에 취해 재정을 쏟아붓기에는 여건이 녹록치만은 않다.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등 경제 회복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악재는 여럿이다. 부동산, 주식 관련 세수도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세수 호조가 기저효과와 세금유예 유예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 만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4%대 성장 전망…국세수입 320조원 달할 듯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는 133조 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조 7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예상보다 강한 경기 반등이 세수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실제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 3.8%로 이전보다 각각 1.0%포인트, 0.7%포인트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지난해 경제 위기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12월 결산법인 개별 기준)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9.8% 증가한 67조 5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기업 실적도 선방했다.

5월 이후 세수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지난해 국세(285조 5000억원)에 1~4월 증가분만 단순히 더해도 올해 세수는 3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하반기 주요 세금 납부 일정이 예정돼 세수 증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8월에는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1~6월분 법인세 중간예납과 2020년 귀속분에 대한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분 분납을 실시한다.

11월에는 올해 1~6월분 소득세 중간예납, 12월 2021년도분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진행할 예정이다.

5월 수출액이 약 507억달러로 동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법인세 납부액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2조원에 달하는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세는 예정에 없던 우발세수로 세수 증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부동산 거래가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의 종부세 등 보유세 인상으로 관련 세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021년 주택분 보유세수 전망 및 요인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주택 보유세가 최대 12조원에 달해 전년대비 5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반기까지 세수 증가폭이 커 보이는데 이는 지난해 납부 유예분, 기저효과, 성장률 효과 등이 다 들어간 것”이라며 “올해 세수를 너무 비관적으로 예측한 면이 있지만 명목성장률이 최소 6% 정도 나올 것으로 감안할 때 (지난해 세수보다) 단순 적용해도 302조원의 세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아직까지 추가 세수 예측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조세분석과 관계자는 “(아직 세수 현황이 나오지 않은) 5~12월은 경제 전망이 어떻게 될지를 기반으로 세수를 추계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 정확하게 전망하기에는 이른 시기인 건 맞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객관적으로 전망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중장기 세수 여건 녹록치 않아, 대비 필요”

하지만 올해 세수 예상에 변동 요인도 많다. 우선 통상 세수가 하반기 대비 상반기 더 많은 ‘상고하저’ 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지금처럼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등 코로나 변수가 여전히 상존해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KDI는 지난 7일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돼 대면서비스업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라며 “글로벌 원자재·중간재 수급 불균형은 향후 경기 회복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주식 열기가 계속될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부동산 세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양도세는 정부가 세율을 최고 75%까지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언제든 거래절벽이 찾아올 수 있다. 부동산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세율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주식시장 또한 언제까지 지금같은 열기가 이어질 지 장담하기 어렵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부동산 가격 하락은 쉽지 않겠지만 가격이 안정화될 경우 거래가 줄면서 오히려 관련 세수는 전년대비 줄어들 수도 있다”며 “법인세·소득세 중간예납도 실적이 우수한 경우 세금을 먼저 내지 않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하반기 추가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로 세입 여건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만큼 코로나19 이후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재정동향 기고문에서 “고령화·저성장에 따른 세수 감소, 재정분권강화 추세 감안 시 중장기 세수 여건이 녹록치 않다”며 “지속가능한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세입 기반을 최대한 확대하되 지출구조 혁신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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