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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GEM이 손 뗀 피씨엘, 외부 투자 유치에 ‘사활’

김새미 기자I 2024.06.25 11:16:54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피씨엘(241820)이 글로벌 사모투자그룹 GEM(Global Emerging Markets)의 추가 투자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열올리고 있다. 당장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외부 자금 조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피씨엘은 자구책으로 타법인 인수도 모색하고 있다.

21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피씨엘은 GEM의 투자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는 한편, 타법인 인수를 통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소프트웨어 업체 타이거컴퍼니의 전환사채권을 83억원어치 인수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GEM, 실질적으로 100억원만 투자…추가 투자 가능성 ↓

앞서 피씨엘은 지난 17일 GEM이 피씨엘의 1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철회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유증의 납입자가 GEM에서 제이에스앤파트너스로 변경됐다. GEM은 지난해 11월 피씨엘과 지분 취득 계약을 체결했던 글로벌 사모 대체투자그룹이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좌)와 크리스토퍼 브라운 GEM 이사회 의장(우)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GEM 사무실에서 피씨엘 주식 400만주 지분 취득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피씨엘)
GEM이 이번에 유증을 철회한 것은 피씨엘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탓이 컸다. GEM은 지난해 11월 피씨엘과 400만주 규모의 주식 취득 계약을 체결하고 일주일 만에 이와 별도로 300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지분 취득 계약은 지난해 말 김소연 피씨엘 대표의 보유 주식 529만 1004주를 GEM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김 대표의 지분을 주당 3400원, 약 180억원에 매각하고 해당 자금은 1년 후인 오는 12월에 납입하기로 했다. GEM이 1년 후에 반드시 180억원을 납입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180억원보다 낮은 자금만 보내거나 아예 투자 자체를 취소하고 한푼도 납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GEM은 아직 지분 취득 자금을 납입하지 않았음에도 2대 주주 자리에 올라서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GEM은 피씨엘 지분 529만 1004주(지분율 10.27%)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인 김 대표는 1000만 2144주(19.41%)를 갖고 있다.

GEM이 지분 취득과 별도로 진행하기로 한 추가 투자는 올해 2월까지 300억원을 4회에 걸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 중 100억원 규모의 유증은 지난 1월 납입을 마쳤고, 50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가적으로 추진했다. 이번에 취소된 유증은 후자다. 현재 실질적으로 GEM이 납입을 마친 투자금은 100억원뿐이라는 얘기다.

◇GEM 투자금 납입 지연에 어그러진 자금 운용 계획

GEM의 투자금 납입이 지연되면서 피씨엘로서는 자금 운용 계획에 대대적인 차질이 생겼다. 피씨엘의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은 물론,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 말 피씨엘은 GEM으로부터 300억원의 투자금을 포함해 총 800억원의 외부 자금을 조달해 보령바이오파마를 인수할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31일 GEM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유증의 목적을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에서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으로 바꾸고, 유증대금 규모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해당 유증대금의 납입일이 2023년 12월 26일→2024년 1월 5일→1월 31일→2월 28일→6월 21일로 계속 미뤄지다 지난 17일 GEM이 해당 투자에서 물러났다. 이날 유증대금 납입일도 6월 21일에서 25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은 물거품이 됐지만 피씨엘은 타법인 인수에 대한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해당 유증의 목적이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타법인 인수 의지가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피씨엘은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서 물러났지만 다른 업체의 인수에 대해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법인 인수를 통해 신사업 진출, 캐시카우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새로운 납입자로 나선 제이앤파트너스가 오는 25일 바로 유증대금 100억원을 납입할지는 미지수다. 제이앤파트너스는 김소연 대표의 자녀인 이지원 씨와 이승현 씨가 각각 3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출자자 수가 4명인 곳이다. 따라서 추후 새로운 투자자를 구해 납입자를 다시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피씨엘 역시 “투자 가능한 다른 투자자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외부 투자 유치 절실한 이유

이날 피씨엘은 83억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제조업체인 타이거컴퍼니의 전환사채권을 현금으로 취득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씨엘은 이번 전환사채권 취득 목적이 △AI기반 디지털헬스케어사업을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 협력 투자 △전주기 헬스케어를 위한 빅데이터 관리 플랫폼 투자 등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신사업 진출이 피씨엘의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타이거컴퍼니의 최근 3년간 당기순이익이 2021년 3억 1100만원→2022년 1억 1500만원→2023년 3600만원인 점으로 미뤄봤을 때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피씨엘은 현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인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현금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피씨엘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하 단기금융상품 포함) 16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단기차입금이 132억원으로 만기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현금이 급속히 고갈될 것으로 우려된다. 78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는 지난달 17일이었으며, 38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는 오는 29일 도래한다.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모두 연장되지 않을 경우 피씨엘이 남은 현금으로 운영 가능한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이는 피씨엘의 월 평균 고정 운영비가 7억 67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한 수치다.

문제는 당장 피씨엘이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엔데믹으로 인해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새로운 매출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피씨엘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매출이 1년 만에 3581만원에서 537억원으로 뛰면서 영업흑자 257억원을 기록했던 업체다. 이후 피씨엘의 매출은 2021년 462억원→2022년 372억원→2023년 84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258억원→83억원→161억원을 기록하면서 2021년 정점을 찍었던 현금성자산도 382억원→326억원→142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피씨엘의 매출은 4억 5806만원으로, 100%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하는 현장신속진단(POCT)에서 발생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46억원에 달해 자체 수익으로 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피씨엘 관계자는 “(외부 투자 유치 상황 등에 관해) 공시된 내용 외에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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