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윤 씨는 이석준에게 50만 원을 받고 A씨의 집 주소를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윤 씨는 “텔레그램 채팅을 통해 제3자로부터 (A씨의) 개인정보를 받아냈다”는 취지로 진술해 공범이 있음을 시사했다.
흥신소가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지만 흥신소 운영자 윤 씨는 이석준에게 50만 원을 받고 A씨의 주소지를 전달했다.
이석준은 왜 흥신소를 통해 피해자 가족의 집주소를 알아낸 것일까.
그는 사건 발생 전인 그해 12월 6일 성폭행·감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었다. 전 여자친구였던 A씨 가족의 신고로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 경찰은 긴급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석준의 신병 확보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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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A씨는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친구에 “핸드폰이 부서져 직접 전화를 할 수 없다. 감금을 당하고 있다”고 알리며 가족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친구는 A씨의 아버지에 이 사실을 전달했고 경찰에는 “딸이 감금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신고가 접수됐다.
A씨의 소재 파악에 나선 대구 수성경찰서 측은 A씨가 대구에서 이석준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현장에 출동, 당시 A씨로부터 ‘이석준에게 성폭행과 불법 촬영을 당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석준은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면서 A씨와는 상반된 진술을 했다.
경찰은 이석준을 임의동행하고 휴대전화를 육안으로 살폈지만 촬영된 영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단 디지털 포렌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석준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고 귀가조치했다. 당시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이 상반됐으며 이석준이 임의동행 및 휴대전화 임의제출 등에 동의해 긴급체포 사안이 아니고라고 판단했다.
이후 사건은 이준석의 거주지 관할인 천안 서북경찰서로 넘어갔고 A씨의 신변보호를 의결했다.
그럼에도 이석준은 흥신소를 통해 A씨 가족을 수소문해 12월 10일 서울 송파구 소재 A씨 집으로 찾아가 A씨 모친과 10대 남동생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도주했다. 미리 흉기를 준비한 계획적인 범행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고 남동생 또한 중태에 빠질 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A씨는 현장에 없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당시 흥신소 업자 윤씨 이외에도 이석준이 해당 주소를 찾아가도록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빼낸 공범이 있었다. 윤씨의 윗선으로 활동하며 차적 정보를 통해 개인정보를 빼 온 전직 수원구청 공무원 박모씨, 흥신소 정보조회업자 김모씨와 박모씨 등이었다.
결국 윤씨는 징역 1년, 박씨와 김씨, 또 다른 박모씨는 각각 징역 2년~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살인범 이석준은 재판에서 ‘보복 살해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이석준이) 사형에 처해도 할 말 없을 만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도 “사형을 면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응분의 처벌을 받고 참회하라”고 판결했다.
또 “우리나라가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폐지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위해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입법 문제”라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효과를 위한 수단으로써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석준은 무기징역형이 과중하다며 불복했으나 2023년 4월 27일 대법원은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살피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