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보겠다'…디밸류에이션 불사한 컬리의 승부수[마켓인]

김성훈 기자I 2023.04.07 06:35:54

컬리, 앵커PE와 투자 유치 논의중
디밸류에이션 불사한 배수진 평가
실적 2조원 돌파…영업익도 개선
"버티면 반등 기회 올 것" 평가 속
"이제는 물러설 곳도 없다" 반론도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연초 기업공개(IPO)를 연기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컬리가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섰다. 지난 2021년 2500억원을 투자하며 힘을 실어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프라이빗에쿼티(PE)가 이번에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컬리의 추가 투자유치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자금 수혈은 긍정적이지만, 한때 4조원을 인정받던 기업가치(밸류에이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서다. 디밸류에이션(기업가치 하락)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현재는 넉넉하다지만 현금성 자산에 늘 목마른 컬리는 물론, 앵커PE 측도 추가 투자를 검토하면서 사실상 ‘배수진’을 쳤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나날이 좋아지는 실적과 격차를 서서히 줄여가는 영업이익 흐름 속에서 추가 투자 유치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연초 기업공개(IPO)를 연기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컬리가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섰다. 자금 수혈은 긍정적이지만, 한때 4조원을 인정받던 기업가치(밸류에이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사진=컬리)
컬리 재신임 투자 나선 앵커PE

6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컬리는 앵커PE와 추가 투자를 논의 중이다. 업게 설명을 종합하면 투자를 확약한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까지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간에는 1000억원 투자로 얘기가 나왔지만, 협의가 긍정적으로 이뤄진다면 1000억원 이상 투자 유치도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앵커PE가 1000억원을 투자하면서 보고 있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앵커PE가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하며 2500억원을 투자한 전례를 봤을 때 기업가치를 너무 내리기도, 너무 인정해주기도 어렵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자본시장에서 점치는 기업가치(1조원 안팎)에 컬리 추가 투자를 감행한다면 최종적인 평단가는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앞선 투자가 고점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일종의 ‘각인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2조~3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추가 투자에 나선다면 기업가치 지지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싸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왜?”는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 주목할 대목은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앵커PE가 핵심 주주로 등극한다는 점이다. 앵커PE는 현재 컬리 지분 7.56%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성사에 따라 보유 지분이 10%를 웃돌 가능성이 유력하다.

컬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세콰이어캐피털(11.82%) 지분이 가장 많고, 힐하우스캐피털(10.91%), DST글로벌(9.33%)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예상 수준에 투자 유치가 이뤄진다면 최대주주는 차치하더라도, 핵심 주주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성장 잠재력 재신임 VS 사실상 배수진

앵커PE가 추가 투자에 나선 이유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취재를 종합하면 컬리의 성장성에 대한 앵커PE의 재신임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컬리는 실적 면에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30.5% 증가했다. 거래액도 2조6000억원으로 32% 늘었다. 이커머스 업계 경쟁 속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실속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가도 차츰 지워내고 있다. 지난해 컬리 영업적자는 2335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컬리 측은 “매출액 대비 손실 비중은 11.5%로 전년(13.9%)보다 2.5%포인트 줄었다”며 “테크와 물류 등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이익률 측면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컬리나 앵커PE 모두 배수진을 치고 디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금성 자산을 1956억원 보유한 컬리지만, 이커머스 업종 특유의 캐시버닝(의도적인 현금고갈)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투자 유치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앵커PE 측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투자 라운드 막차 격인 프리IPO(상장전 투자유치)에서 2500억원을 투자하며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해준 상황에서 디밸류에이션으로 추가 투자를 나섰다는 점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컬리의 향후 비전과 행보를 두고도 견해가 나뉜다.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지표가 상당히 개선된 흐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뷰티컬리 등 신사업이 확실한 반등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도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진행 중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반면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라는 건 어쩌면 양면의 모습이 있어 분위기가 좋아진다면 희망찬 이야기들로 가득해질 것이고, 그러면 밸류에이션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작금의 상황은 거액을 투자한 앵커PE나 디밸류에이션을 감수한 컬리 모두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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