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온, 1년여 고전한 투자유치 일부 마무리...‘일단’ 안도의 한숨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상장 전 투자 유치(Pre IPO)’에서 FI와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SK온 투자 유치를 위한 주주 간 계약(Shareholders’ Agreement·SHA) 체결의 건’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SK온이 FI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이번 투자 유치에 참여한 FI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컨소시엄이다. 투자금액은 6959억원에서 최대 1조3200억원 사이다. 최종 투자 금액은 해당 범주 내에서 변동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계약 체결로 1년여간 고전해왔던 투자유치 문제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는 평가다. 연초부터 4조원 규모 투자유치를 준비해왔던 SK온은 자금조달 환경 악화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생각이었으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여의치 않아진 것이다. 끝내 SK온은 40조원대로 잡았던 기업가치를 22조원 수준으로 내리고, 투자유치 목표 금액도 4조원 규모에서 2조원대로 낮춰 잡게 됐다.
목표치를 낮춘 후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꾸준히 투자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건을 다듬어왔다. 당초 오는 2027년으로 계획했던 기업공개(IPO) 시기도 2026년으로 앞당겼다. IPO 시한은 2026년 말 또는 이번 신주 발행일로부터 4년째인 날 중 늦은 날까지다. 만약 그때까지 회사의 고의나 중과실 문제로 IPO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가 풋옵션(매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시장 여건 속에서 투자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연평균 수익률(IRR)도 기존 5.5%에서 7.5%로 높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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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과제는 IPO 체력 만들기…추가 투자금 확보도 관건
이번 투자 유치에서 핵심 조건으로 오는 2026년 상장을 못 박은 만큼, 향후 IPO를 위한 여건 만들기가 핵심 과제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중 SK온만 비상장사로 남아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영업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건전한 재무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SK온은 적자가 지속되고 차입부담이 과중한 상태다. 시장 점유율과 생산 역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대부분 차입금 조달로 끌어온 결과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SK온의 차입금 의존도는 54.3% 수준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경영 실적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3분기에도 13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분기 3266억원 대비 손실 규모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올해도 흑자 전환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SK온의 올해 말 생산능력 목표치는 77GWh, 2025년까지 22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빠른 외형 확대를 위해 해외공장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문제는 자금이다. 2025년까지 소요될 투자금만 23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번에 한투PE컨소시엄에서 확보하는 자금으로 해외 공장 증설에 일부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추가 투자 유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SK온은 이번과 같은 조건으로 추가 투자유치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둔 상태다. 다만 과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PE 컨소시엄은 이번 프리IPO 계약에 최고대우(MFN) 조항을 삽입, 다른 투자자들이 이번 계약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할 수 없도록 해둔 상태다. 그러나 이번 딜에 참여하지 않은 MBK파트너스 등의 투자자들은 기존 체결 조건보다 더 유리한 여건을 수용해야 투자에 나설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