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6개월 효과 보톡스 ‘댁시파이’ FDA허가, 美시장 지각변동 예고

김진호 기자I 2022.09.24 07:55:44

美 보툴리눔 톡신 시장 32억 달러...엘러간, 멀츠 등이 장악
리벤스 '댁시파이'...기존 제품 대비 평균 2배 이상 장기 지속 효과
댁시파이 美시장 전망 엇갈려..."시장 흔들 것" vs. "제한적 수준"
국내 휴젤, 메디톡스 등도 美시장 진출 시도 中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경 조절 기능과 장기지속 효과 등을 갖춘 미간주름 개선제 ‘댁시파이’(성분명 댁시보툴리눔 독소 A형)를 허가했다. 댁시파이가 미국 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메디톡스(086900)휴젤(145020) 등 해당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도 댁시파이의 등장을 예의주시고 있다.

미국 리벤스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미간주름 개선제 ‘댁시파이’(성분명 댁시보툴리눔 독소 A형).(제공=리벤스 테라퓨틱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다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FDA가 품목 승인한 미국 리벤스 테라퓨틱스(리벤스)의 댁시파이가 미국 시장 내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중에 출시된 다양한 보톡스 제품은 모두 성인의 ‘미간 주름’(찌푸린 주름)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신경근육 차단 기능을 갖춘 주사제로 개발됐다.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성분명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독소 A형)가 1989년 세계 최초로 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제품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제품이 출시된 현재에도 ‘보톡스’는 미간주름 개선제의 대명사로 통한다. 현재는 엘러간을 흡수한 미국 애브비가 보톡스를 보유하고 있다. 보톡스 등 미국 내 출시된 제품들은 평균 3~4개월당 1회씩 주사하도록 승인된 바 있다.

리벤스에 따르면 278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댁시파이의 임상 3상에서 평균 6개월에서 최대 9개월까지 주름이 전혀 없거나 경미한 주름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댁시파이 시술 후 1~2일 사이 효과가 나타나며, 두통(6%), 눈꺼풀 안검하수(2%), 안면 비대칭 등 마비(1%)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미국 바클레이스투자은행의 의약품 전문 분석가인 발라지 프라사드 박사는 “기존 제품보다 2배 가량 긴 6개월에 한 번씩 맞는 지속성을 갖는 댁시파이로 인해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리벤스 측은 댁시파이는 펩타이드 교환 기술을 활용해 인간 혈청 알부민(HSA)과 동물성 알부민 을 모두 제거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승인된 동종 계열 제품 중 해당 단백질을 모두 제거한 유일한 제제라는 것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개발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은 독소로 그 분자량이 약 900kDa(킬로달튼)이다. 여기에는 효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복합단백질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것을 제거하면 내성위험을 낮출 수 있고 분자량도 약 150kDa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국내 메디톡스(086900)도 인간 혈청 알부민과 동물 유래 단백질 등을 배제한 보툴리눔 톡신 코어톡스를 2016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바 있다.

마크 폴리 리벤스 대표는 “30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제품이 ‘댁시파이’다”며 “장기 지속형 펩타이드 강화 신경조절제라는 새로운 보툴리눔 톡신으로 새로운 범주를 확립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비교적 댁시파이의 영향이 미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댁시파이 관련 임상 자체가 길게 설계돼 지속 기간이 평균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알려졌다”며 “하지만 기존 제품도 환자에 따라 약물의 용량을 조절하면서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에 한 번 맞아도 효과가 유지되는 사람이 있다. 평균 6개월이라는 효과 만으로 시장을 잠식해 나가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대달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보톡스 제품 시장은 지난해 59억 달러(약 7조 2540억원)로 몸집이 커졌다. 업계는 이 시장이 2026년에는 1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보톡스 시장은 지난해 기준 전체의 약 50%(32억 달러)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의 과반 이상을 엘러간이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프랑스 입센의 ‘디포스트’, 독일 멀츠 ‘제오민’, 대웅제약(069620)의 ‘나보타’ 등 3개 제품이 출시된 상황이다.

한편 휴젤(145020)메디톡스(086900) 등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도 가장 큰 미국 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시도하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있는 휴젤은 지난해 3월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한국 제품명 보툴렉스)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를 FDA에 제출했다. 1년 뒤인 올해 3월 FDA로부터 일부 보완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관련 자료를 첨부해 품목허가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휴젤은 국내사 중 최초로 유럽과 중국 등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반면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MT10109L’을 미국 엘러간에 한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하는 개발 및 판권을 기술수출했다. 엘러간이 이를 출시할 경우 간접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할 수 있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엘러간을 흡수한 애브비 측이 지난해 9월 MT10109L과 관련한 권리를 반환하면서, 메디톡스의 미국 진출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엘러간이 미국 내 MT10109L의 임상 3상까지 종료한 상태에서 권리를 반환했다”며 “이런 데이터를 갖고 내부적으로 미국 진출 계획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