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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플방지] "아들 친구에게 죄가 있길 바라는 부모 없을 것"

박지혜 기자I 2021.05.30 00:00:5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누구라도 아들의 친구에게 죄가 있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본 기자의 지난 28일 자 기사 ‘故손정민 父 “친구에게 죄가 있길 바라는 것 아냐”’를 네이버에서 본 누리꾼 golf****의 댓글이다.

이 누리꾼은 “하지만 정민이 아버지는 아들에 죽음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은 것이고 그래야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에게도 그나마 아버지의 도리를 다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해당 댓글은 올라온 지 14시간이 지난 무렵까지 3826명의 ‘좋아요’와 295명의 ‘싫어요’ 반응을 보였다.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의 사망 경위를 한 달 가까이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27일 “현재까지 범죄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지만,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서울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한 A4 23장 분량의 발표 자료는 하루 만에 2만6392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최근 올라온 게시물의 평균 조회 수가 대략 250회인 것과 비교하면 손씨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 뉴스1)
중간발표이기는 하지만 경찰의 공식 발표에도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각종 의혹에 부인하거나 반박하는 취지의 견해를 밝히자, 손 씨의 아버지를 비롯한 누리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다시 의문을 제기하는 형국이다.

여전히 손 씨의 아버지는 아들 실종 전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와 가족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A씨측은 블랙아웃(만취로 인한 기억상실) 상태였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찰은 현장 CC(폐쇄회로)TV, 차량 블랙박스, 목격자 진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 전문가도 경찰 발표와 손 씨의 아버지의 간극에 난처한 반응을 보였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7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손 씨) 아버지의 의혹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형사 정책을 하는 입장에선 아버지의 말씀을 그냥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건에서 나온 증거를 갖고 그 증거가 과연 아버지가 말하는 의혹에 얼마만큼 부합하는지, 또 그 증거가 과연 이 사망이 사건인지 사고인지를 구별할 수 있도록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이날 방송에서 여론을 의식한 듯 “청취자들이 되게 싫어할 수 있는데 오늘 (경찰이 공개한 수사) 기록을 보니까 경찰은 진짜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 여기(경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담지 못했던 부분이, (A씨가) 과연 패싱아웃인가 아니면 블랙아웃인가. 즉, 행동을 완전히 못하는 상태였냐 아니면 단순 블랙아웃이냐는 아직 판단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 씨) 아버지가 말하는 부분, (A씨가 당시) 슬리퍼를 신고 2단 (펜스)를 넘어가는 과정이 어떤 상황인지 조금 더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실제로 올 2월 대법원은 술에 취해 잠든 A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며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구분했다.

알코올 블랙아웃은 단기간의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 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외부 자극에 대해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됐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상태다.

패싱아웃은 술에 취해 수면 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는 취지에서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더불어 피고인과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피해자의 성에 대한 인식,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 등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단정적일 수 없는 사건이기에 그 누구도 섣불리 확신할 수 있는 주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찰의 수사가 길어지면서 누리꾼의 갑론을박도 거칠어지는 분위기다.

손 씨 친구의 입장을 전하거나 경찰 수사 결과를 다룬 기사에는 어김없이 욕설 댓글이 달리고, 해당 기자에게도 항의 메일이 빗발친다.

반면, 경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 당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신 있는 수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한강사건은 언론의 여과 없는 보도와 일부 스트리머들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과열된 양상을 띠고 있고 무분별한 여론전은 선을 한참 벗어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진행상황 발표에도 수사 확대와 검찰수사 전환을 요구하는 일부의 주장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서초경찰과 검찰은 특정인과 특정사건을 위한 개인의 수사팀이 아니다”라며 “형평성 없는 특혜수사를 요구하는 일부 여론에 경찰이 휩쓸리지 않고 소신 있는 수사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해당 청원은 비공개 상태에서 올라온 지 하루 만에 1만47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애초 이 청원에 언급됐던 손 씨의 실명은 현재 ‘***’으로 처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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