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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성과에도 예견된 한계…과거사위, 18개월 대장정 마무리

이성기 기자I 2019.05.31 06:18:00

활동기간 4차례 연장, 31일 용산참사사건 발표로 마침표
과거 잘못 경종 계기, 실체적 진상 규명은 미흡
`윤중천 리스트` 檢 고위 간부 3인방 논란 이어질 듯

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김학의 사건‘ 활동 마무리 소감을 발표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성기 송승현 기자] “이 정도라도 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그간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과거사위) 활동에 대해 사의를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충분치는 않지만 과거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등 과거 잘못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네 차례나 활동 기간을 연장하고도 태생적인 한계 탓에 조사 대상 사건의 실체적인 진상 규명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적폐 청산’ 소기의 성과 거뒀지만…태생적 한계

지난 2017년 12월 출범한 과거사위는 31일 용산참사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 발표를 마지막으로 18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출범 당시 지난해 8월 활동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조사 대상 사건 자체가 오래된 데다 조사할 내용이 방대하다는 내부의견에 따라 그간 활동기간을 네 차례 연장했다.

출범 이후 과거사위는 검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된 17건(개별 사건 15건·포괄 사건 2건)을 들여다봤다. 실무는 검찰과 외부인사가 함께 참여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맡았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MBC PD수첩 사건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신한금융 관련 사건 △삼례나라 슈퍼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김근태 고문 은폐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사위는 개별 사건 15건 중 11건에 대해 검찰권 남용 및 부실수사·재수사 결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냈다.

1980년대 무고한 시민들을 불법 감금한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외압에 수사가 축소·은폐된 사실을 확인했고 문무일 검찰총장은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눈물로 사과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신한금융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남산 3억원 사건은 재수사를 권고해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고 장자연 사건 등 장기간의 재조사에도 불구하고 핵심 의혹을 풀어내지 못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경우도 있다. 장자연 리스트 존재 유무 및 성범죄, 가해자 등 실체적 진실에는 끝내 접근하지 못했다.

정한종 과거사위원장 권한대행은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조사대상 사건이 오래된 경우가 많았고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충분한 자료 수집이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과거의 잘못을 밝혀 경종을 울리고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등 검찰과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편향성 시비·내부 불협화음…검사 처벌·징계 전무

구조적 한계와는 별개로 조사단원 내부간 이견, 과거사위와 조사단 간 갈등이 표출되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마지막 발표를 앞둔 용산참사 사건의 경우 조사팀 일부가 검찰 관계자들의 외압을 주장하며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과거사위와 조사단 외부위원 선정 때부터 편향성과 자질 시비가 불거졌다. 과거사위 발족 당시 위원 9명 중 6명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었고 재조사 선정 사건 상당수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1개팀이 검사 2명과 외부위원 4명(변호사 2·법학 교수2)으로 구성된 조사단 팀 내부 마찰도 심했다. 과거사위의 발표를 두고 당시 사건 담당 검사가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가 하면 지난해 말 당시 수사팀의 외압을 폭로하며 용산참사 사건 담당 일부 외부단원이 사퇴하면서 새로 팀을 꾸리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김 전 차관 사건의 경우 별도의 수사단이 설치돼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관련 혐의를 수사 중이다.

한편 정작 관련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의 책임을 묻는 처분 권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사 징계법상 징계시효는 3년이고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경우 5년까지 징계 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들과 윤씨의 유착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를 촉구했지만 구체적인 범죄 혐의 단서가 부족해 정식 수사에 착수할지는 미지수다. 당사자로 지목된 한 전 총장 등도 혐의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까지 불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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