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닥터몰라의 IT이야기]아이폰X: 미래를 미리 보는 대가

이재운 기자I 2017.11.25 00:00:02

국내 정식 발매된 아이폰X 상세 리뷰

애플이 한국 시장에 ‘아이폰X’를 정식 출시했다. 이미 미국, 홍콩 등 해외에서 선보였지만, 본격적인 한국 상륙에 따라 소비자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에 이데일리는 IT 제품에 대한 심층 리뷰를 진행하는 닥터몰라의 아이폰X 리뷰를 소개한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처음 적용했고,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도 갈리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구매에 참고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이폰X
[IT 벤치마크팀 닥터몰라] 아이폰 X 국내 출시가 다가왔다. 1차 출시국과 3주의 차이가 있는 것인데, 과거 아이폰들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그 격차가 크지 않다. 코앞으로 다가온 아이폰 X 출시를 맞아,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에 참여하고 아이폰 X 출시 시점부터 아이폰 X을 미리 사용해본 닥터몰라가 아이폰 X이 지금까지의 아이폰과 어떻게 다른지 이모저모를 짚어보려 한다.

이미지: 닥터몰라
아이폰 X을 가장 먼저 보면, 매끈한 전면에 놀라게 된다. 이번에 출시된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두 색상 모두 전면 유리는 검은색으로 마감되어 있어 유리판 하나만 놓여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또 글로시한 전면에 이어 측면의 밴드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면 역시 유리로 이뤄져 스마트폰 전체가 글로시한 느낌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 닥터몰라
최초로 출시된 아이폰부터 아이폰 8 시리즈까지 모든 아이폰들은 상하좌우 대칭을 이루는 디스플레이와 윗쪽의 수화부, 아랫쪽의 홈 버튼이라는 일관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켜왔다. 하지만 아이폰 X은 홈 버튼을 없애고, 화면을 기기의 곡면에 맞게 끝까지 확장시켰다. 전면 대비 화면 비율을 늘리는 트렌드를 따라간 것이다.

사진: 닥터몰라/쿠도군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스마트폰들과 달리, 애플은 상단부의 센서를 최대한 가운데로 몰아놓고, 센서 하우징의 좌, 우 공간까지 디스플레이를 채워넣었다. 이 선택은 아이폰 X에게 ‘M자 탈모’ 라는 우스꽝스런 별명을 주기도 했지만, 이는 앞으로 아이폰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될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 X의 이런 디자인 때문에 몇 가지 선택을 강요당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OLED 디스플레이이다. 백라이트와 액정의 두 층으로 구성된 LCD 디스플레이와 달리 OLED 디스플레이는 빛의 삼원색인 파란색, 빨간색, 녹색 각각의 빛을 LED 소자들이 발광하는 방식으로 동작하므로 한 층으로 디스플레이를 구성할 수 있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에서 픽셀들을 조절하는 회로가 디스플레이의 상하좌우에 배치되게 되는데, 디스플레이의 베젤은 이런 부분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 애플
하지만 OLED의 경우 디스플레이가 얇은 기판 한층으로 구성될 수 있기에 패널을 구부릴 수 있다. 이렇게 끝을 구부려 해당 부분에 조절 회로들을 밀어넣게 되면 베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폰 X의 OLED 디스플레이의 모서리 끝 부분들은 구부러져 있는데, 이것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은 해당 곡률을 감안한 안티 앨리어싱 기법을 통해 보상되기 때문에 실제로 느낄 수는 없었다. 다만 끝 부분이 휘어져 들어가면서 화면의 가장자리가 살짝 색감이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이런 점들을 감안하고도 아이폰 X의 OLED 디스플레이는 최고의 디스플레이라고 말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색 정확도를 보유한 디스플레이고, 광색역을 지원하는 데 더해 iOS는 거의 완벽한 컬러 매니지먼트로 이를 뒷받침해준다. 또, OLED로 넘어오면서 LCD에서 구현할 수 없는 깊은 블랙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아이폰 X은 HDR10과 돌비 비전 표준의 HDR 컨텐츠들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데, 넷플릭스에서 찾을 수 있는 HDR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OLED 디스플레이의 진가를 볼 수 있다.

다만 OLED로의 전환은 몇 가지 피할 수 없는 문제를 가져왔는데, 가장 큰 문제는 다름아닌 ‘번인(Burn-in, 잔상)’ 현상이다. OLED의 소자 수명이 유한한 것은 당연하고 청색 소자가 녹색, 적색 소자에 비해 수명이 짧은 문제는 화면의 특정 영역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잔상과 같은 형태로 화면에 자국을 남긴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형태의 번인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짧은 시간내에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화면 전체적으로 청색 소자가 내는 빛이 약해지면서 발생하는 색 틀어짐 등은 여전히 유효한 문제이다.

이미지: 닥터몰라
애플은 이를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여러 소프트웨어적인 트릭을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아이폰 X은 지금까지의 아이폰과는 달리 기본 화면 잠금 시간이 30초로 설정되어 있다. 기본 화면 잠금시간을 짧게 설정하는 것은 배터리 성능과 디스플레이 번인 방지에 모두 영향을 준다. 다만 이 수치가 너무 짧게 설정되어 있으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데 이를 트루뎁스(TrueDepth) 카메라로 사용자가 기기를 주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했다.

또, 아이폰 X의 새로운 디자인은, 디스플레이에 내장하지 않는 이상 전면에 지문인식 센서를 넣을 공간을 없애버렸다. 애플은 지문 인식 센서를 후면으로 돌리는 대신에 전면에 TrueDepth 카메라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를 이용한 Face ID(얼굴인식)로 생체 보안 방식을 대체했다.

사진: 애플
실제로 사용해본 Face ID는 정확했고, 빨랐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Face ID가 있다는 것을 아예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성능을 보인다. 다만 아이폰이 책상에 놓여있는 경우와 같이 얼굴과 아이폰 사이에 충분한 거리차이가 없는 경우에 잠금을 해제하는 것은 꽤 불편했다. 다만 사실 이런 문제는 지문인식 센서가 후면에 위치할 경우도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로 전면을 가득채우는 디스플레이의 트레이드 오프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애플에 따르면 임의의 사람이 자신의 얼굴로 내가 걸어둔 Face ID를 풀 확률은 1/1,000,000로 Touch ID(지문인식)의 1/50,000보다 훨씬 낮은 확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애플은 Face ID가 얼굴 형태가 매우 유사한 쌍둥이나, 아직 얼굴의 특징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13세 미만의 아동 등에서는 1/1,000,000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잠금이 해제될 수 있으므로 이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애플 페이스아이디 기술문서).

다만 이처럼 정교한 방식의 얼굴인식을 생체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도입 초기에 보안성에 대한 우려 등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 때문에 사용자가 불편을 겪게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Touch ID와 Face ID는 생체 인증 API를 공유해, 앱을 수정하지 않더라도 Face ID를 사용할 수 있지만, 금융권 등과 같이 보안에 민감한 분야에서는 Face ID를 검증하기 전까지 의도적으로 아이폰 X에서 생체 인증 자체를 동작하지 않도록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애플이 Face ID를 애플 페이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토스, 카카오 뱅크 등의 금융 앱이 Face ID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은 해결될 문제로 보인다.

사진: 애플
이 외에 TrueDepth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한 애니모티콘이나, 전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인물 사진 모드는 물론 사용자의 얼굴로 잠금이 해제되었을 때만 알림 내용이 보이는 보안 설정 등이 기본으로 설정된 것들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는 변화들이다.

사진: 닥터몰라
거기에 홈 버튼을 포함하지 않는 디자인은 최초의 아이폰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UX의 큰 변화를 동반했다. 다만 이 변화는 생각보다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아이폰 X을 최초에 설정할 때, 간략한 설명을 보여주고, 실제로 사용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쓸어올려 홈 화면으로 돌아가는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이 동작이 홈 버튼을 누르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쉽게 익숙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앱 스위처를 불러내는 게 꽤 어색한데 탭틱 피드백이 오는 타이밍까지 올린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사진: 애플
다만 제어 센터를 불러내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다. 아이폰 X은 제어 센터를 부르는 동작에 센서 하우징 우측 상단에서 아래로 끌어내리는 제스쳐를 사용한다. 아이폰 X의 경우 디스플레이의 세로 길이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제어센터를 부르기 위해서는 양손을 사용해야 한다. ’한 손 모드’라고 부르는 접근성 모드를 사용하면 한 손으로 동작을 수행할 수 있지만 접근성 모드가 익숙해지기 전에는 상당히 실패율이 높다.

사진: 애플
그 외에도 아이폰 X은 아이폰 8시리즈와 함께 현재 스마트폰에서 가장 강력한 AP인 A11 바이오닉 칩을 탑재했다. A11 바이오닉 칩은 독보적인 싱글코어 CPU 성능과 멀티코어 CPU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데 더해 그래픽 유닛의 성능 역시 스마트폰에 사용된 AP 중에서는 가장 강력하다. 또, 머신 러닝 연산에 특화된 뉴럴 엔진은 Face ID나 애니모티콘 등의 동작은 물론 사진, 영상 촬영 등은 물론이고 Core ML등을 사용한 앱들에서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머신러닝 처리를 가능하게 해 준다.

아이폰 X의 카메라는 아이폰 8 시리즈의 카메라와 같은 센서들을 사용하고 있고, 메인 카메라의 경우 렌즈 시스템까지 동일하기 때문에 아이폰 8 시리즈와 동일한 카메라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망원 카메라의 경우 더 밝은 조리개의 렌즈를 가지고 있어 기존에 비해 더 많은 양의 빛을 받아들일 수 있고, OIS 역시 탑재되어 빛이 적은 환경에서 더 긴 노출시간을 확보함으로써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아이폰 X에서 찍는 줌 사진이나, 망원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는 인물 사진 모드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 아이폰 8 시리즈의 카메라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이전의 아이폰 8 시리즈 리뷰를 참고하시길(링크).

사진: 애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아이폰 X은 현존하는 최고의 아이폰이며, 역대 그 어떤 아이폰보다도 더 큰 변화를 겪은 아이폰이라 할 수 있겠다. 늘 새 폰을 샀어도 새 폰을 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던 아이폰 유저들도 아이폰 X을 사용하면 분명히 내가 새 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 X을 아이폰 8 시리즈와 함께 공개하며, 아이폰 X은 미래, 아이폰 8 시리즈는 현재로 정의했다. 그리고 애플은 미래를 미리 보는 비용을 꽤 비싸게 책정했다.

미래를 보는 첫 번째 대가는 실질적인 비용 문제이다. 애플은 아이폰 X에 999달러, 아이폰 8 플러스에 799달러의 가격을 매기며 둘 사이에 확실한 가격 차이를 만들었다. 한국 출시가 기준으로는 아이폰 8 플러스가 1,130,000원, 아이폰 X이 1,420,000원으로 30만원에 가까운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아이폰 8 기본 모델의 가격인 990,000원과 비교해 보면 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아이폰 X의 가격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하는 1,000,000원을 훌쩍 넘는 가격일 뿐더러 시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 중 가장 비싼 가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지: 닥터몰라
두 번째 대가는 큰 변화에서 오는 문제들이다. 먼저, 아이폰 X의 바뀐 화면 비율과 형태를 아직 지원하지 않는 앱들이 많다. 애플이 직접 제작한 앱들을 제외하고 필자가 현재 사용중인 서드 파티 앱은 30개이다. 이 중 20개는 아이폰 X의 바뀐 화면 비율을 지원하고 있지만, 나머지 10개의 앱들은 화면 비율 지원이 완벽하지 않거나 아예 레이아웃의 위 아래가 잘려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OLED 디스플레이가 완벽한 검은색을 구현해 주기 때문에 위, 아래가 잘려서 나오는 앱들이라고 하더라도 아이폰 5 시절처럼 거슬리는 레터박스를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 정도이다. 물론 이 문제는 한국에 아이폰 X이 출시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될 문제이긴 하지만 분명 몇몇 앱은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우리의 속을 썩일 것이다.

그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 도입된 Face ID의 보안성에 관련된 논란으로 촉발되는 여러 문제들은 아이폰 X 사용자들에게 분명히 불편을 안겨줄 것이다. 또, 새로 바뀐 사용자 경험에 적응하는 어려움이나 신기술이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예를 들어 OLED의 번인이나 플리커링 등) 역시 큰 변화로부터 오는 분명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대가들은 절대 무시할만큼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이런 비용들을 모두 따져보고서라도 아이폰 X을 선택하려고 마음먹은 소비자라면 아이폰 X은 분명 큰 만족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실제로 아이폰 8 플러스와 아이폰 X을 모두 사용해본 경험에 비추어보면, 아이폰 8 플러스 역시 훌륭한 스마트폰이지만, 아이폰 X이 주는 새로운 경험은 아이폰 8 플러스가 주는 사용자 경험보다 더 신선했고, 만족스러웠다.

만약 이런 비용들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분명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위에서 언급한 비용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훨씬 낮아질 것이다. 이런 비용들이 부담스럽지만 지금 반드시 아이폰을 구매하고 싶은 분들은 애플이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한 아이폰 8 시리즈가 있다. 혹은 더 저렴해진 아이폰 7 시리즈 역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이런 분들은 닥터몰라와 백투더맥의 아이폰 8 구매 가이드를 확인해 보시길.

필자는 이 글이 여러분들의 현명한 구매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이만 글을 맺겠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