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에서 먼저 선보인 책은 국내 번역서로 출간되면서 2배 가까이 두꺼워졌다. 영어 원문에는 없는 챕터 하나를 추가로 실었다. 마지막 ‘제5부: 나의 정치 참여’ 부분이다. 22쪽 분량의 이 장에는 2017년 1월12일부터 2월1일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 참여를 한 20일간의 소회를 담았다. ‘패륜’ ‘후안무치’ ‘발본색원’ ‘추잡한 정치 공세’ 등 다소 격앙된 표현으로 한국 정치를 직격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반 전 총장은 “앞으로도 국민과 세계시민을 위해서라면 정론과 정언을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690쪽이 넘는 책은 유엔 10년을 결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2015년 9월 ‘지속가능발전목표’, 같은 해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 타결 등 사무총장 재임 시 최대 업적으로 꼽힌 성과들에 대해 직접 썼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등 분쟁지역을 방문해 국제적 이슈를 중재한 경험도 풀어냈다.
반 전 총장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국제적 연대에 대한 애정과 신념이 강하게 묻어난다. 여섯살 때 6·25 전쟁을 경험한 일은 그가 국제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국제적 연대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사안임을 경험으로 배웠다. 국제적 연대가 내 조국을 구했고, 그것이 장차 우리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첫 회고록은 세계 분쟁과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기 위해 달려온 반 전 총장 개인의 역사인 동시에 유엔의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