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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부동산 가격 탓에 전국 반지하 주택 61.4%가 몰린 서울시는 지난 15일 폭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반지하 주택 건축 불허 △기존 반지하 주택 20년간 순차적 퇴출 △월세 20만원 지원(바우처제 신설)△임대주택물량 23만호 확보 등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고시원 등 비주택에는 46만 3000가구가 거주하고, 지하(반지하)에도 32만 7000가구가 거주한다. 서울에는 약 20만 가구, 경기도에는 8만 7914호가 거주하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시는 전체가구의 5% 수준인 반지하 주택을 제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 서울시장은 “노후 공공임대주택단지를 신속히 재정비해 반지하 거주가구를 지상층으로 올리는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국토부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침수·화재 등 위급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시민부터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하겠다. (반지하는) 주거 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 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오는 9월부터 관계부처·지자체와 협력해 반지하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재해 취약 주택 및 거주자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경기도, 취약거주지역에 방재시설 마련
반면 경기도는 지난 12일 발표한 ‘수해복구 긴급대책’에서 △취약주거시설 침수 방지대책 매뉴얼 마련 △침수지역의 방재시설 성능 강화 △우기 전 예찰 점검 △반지하 추가 신축 제한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반지하 일몰제를 추진키로 한 서울시와 달리 시설 강화 등으로 폭우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하수관로, 배수펌프장, 우수 저류지, 소하천 등 관련 방재 시설을 첨단화하고 지속적으로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반지하 일몰제 관련, 반지하 주택 신축 허가 제한 법개정 전까지 재산권 침해 문제 소지가 있고 건축주의 동의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반지하 주택 관련 이슈들이 많아 지난 2020년 반지하주택 방안에 대해 고심을 했던 부분이 있다”며 “그런데 10~20년 유예를 두고 반지하를 없앤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서울시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거용도를 강제로 폐지하고 용도 변경을 하는 건 건축주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지하 침수지역 방제 성능 강화 등 현실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물량 말고 새로운 대책 없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 소장은 16일 정부의 반지하 거주 대책에 대해 “너무나 새로운 내용이 없다. 새 정부 방향이 나와야 되는데 물량 외에는 새로운 게 없잖나”라며 혹평했다.
최은영 소장은 이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 뭔가 (싶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소장은 “이번 폭우를 통해 반지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는데 정부 대책은 이와 거리가 멀다. 1만호 공급은 반지하 뿐만 아니라 쪽방·고시원·아동이 있는 가구가 포함되기 때문에 반지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이주대책이 선결되지 않으면 선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에만 20만 가구가 있는데 뉴욕에는 10만 가구가 있다. 그런데 뉴욕에서도 이걸 다 없애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한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함께 주거급여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1인 가구 기준 최대 지원액이 32만 7000원이다. 이 금액으로는 지하·고시원·쪽방 같은 곳밖에 갈 수 없으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민간에 의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키워드인데 그렇다면 주택부담가능성 문제는 심각해질 우려가 크다”며 “서울에는 주택이 부족한 게 아니라 서민이 부담 가능한 주택이 없는 것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저렴한 공공분양”이라며 민간 주도의 부동산 대책에 거듭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