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월트디즈니코리아 본사 앞.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주인공 심바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성지수(29)씨는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을 보이콧한다”고 외쳤다. 성씨는 “문화 콘텐츠의 힘은 이런 것”이라며 “향유한 후에야 그 콘텐츠가 잘못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다”고 말했다.
한국과 홍콩 학생들이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 보이콧에 나섰다. 오는 8월 북미 개봉을 앞둔 이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류이페이(劉亦菲·유역비)가 홍콩 민주화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을 두둔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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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세계시민선언 등 12개 단체는 이날 월트디즈니코리아 본사 앞에서 중국 출신 배우 유역비 주연의 ‘뮬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자유를 외치는 홍콩 시민들을 탄압하는 데 일조한 유역비는 차별을 이겨내는 이야기인 ‘뮬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며 “유역비뿐 아니라 출연 배우 중 견자단 등 홍콩 경찰을 지지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인공 뮬란을 맡은 유역비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내용을 작성했다. 게시 이후 홍콩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유역비가 홍콩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진압을 옹호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논란 이후 유역비는 게시글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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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사인 디즈니가 지나치게 중국 시장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단체는 “세계적 비판과 보이콧 움직임에도 디즈니는 캐스팅을 취소하지 않고 개봉도 강행하고 있다”며 “유역비가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을 당시에 디즈니가 보인 태도는 중국이 무서워서 중국 외 수많은 소비자를 무시하겠다는 의사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 이후 SNS에 ‘인종차별에 맞서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던 디즈니는 어디로 갔나”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쌔미(예명)’ 한·홍 민주동행 운영위원은 “뮬란 출연진 개인의 의견까지 디즈니 차원에서 묵살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뮬란을 사랑하는 소비자들 상당수는 홍콩 시민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음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뮬란 수입과 한국 배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디즈니 측에 전달했다. 또한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들도 뮬란 상영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달 30일에는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홍콩에서 중국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법이다. 이에 따라 홍콩 내 민주화 시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