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드디어 열릴까..SK텔레콤, 중국부터 재도전

김현아 기자I 2020.03.12 18:14:45

2011년 서울대병원과 만든 헬스커넥트 좌절
이번에 인바이츠 헬스케어라는 새 법인 설립
원격의료 금지한 의료법 여전..데이터3법 통과는 기대
SK중국내 의료사업과 시너지..3분기 중국서 만성질환관리 서비스
규제샌드박스 일부 허용하나..한국선 꽉막힌 헬스케어

[이데일리 김현아 이후섭 기자]SK텔레콤이 새 판을 짜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다시 도전한다. 꽉 막힌 국내 의료법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유권해석을 하고, 개인임을 알 수 없는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헬스케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최근 설립한 ‘인바이츠 헬스케어’는 합작법인인 심천 메디컬센터와 함께 2022년 개원할 SK하이닉스 우시 종합병원과의 시너지를 모색하며 올해 3분기 중국에서 먼저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너무 빠른 기대감..‘인바이츠 헬스케어’로 재도전

SK텔레콤이 처음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11년 말. 당시 ‘탈(脫) 통신’ 바람이 불면서 신사업추진단에서 서울대병원과 합작법인(헬스커넥트)을 만들었지만, 2018년까지 199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의료 민영화 논란, 원격의료 금지 때문에 제대로 된 사업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인바이츠 헬스케어’라는 신규 법인으로 다시 도전한다. ‘인바이츠 헬스케어’는 사모펀드 운용사 뉴레이크얼라이언스가 대주주(43.5%)이고, SK텔레콤(43.3%)과 하나로의료재단·서울의과학연구소 등을 운영하는 SCL헬스케어그룹(13.1%)이 주요주주다.

SK텔레콤은 헬스커넥트 지분 33%를 ‘인바이츠 헬스케어’에 출자하고, CEO도 헬스커넥트 최고운영책임자(COO)겸 SK텔레콤 헬스케어유닛장으로 활동한 김준연 대표를 선임해 연속성을 꾀할 방침이다. 헬스커넥트는 연구개발(R&D)을, 기획이나 국내외 영업·마케팅은 인바이츠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인바이츠는 초기 10여명으로 출발하는데 SK텔레콤 인력 7~8명이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연 인바이츠 헬스케어 CEO(SK텔레콤 제공)
규제 없는 중국 의료시장부터 공략

‘인바이츠 헬스케어’는 △당뇨병, 심혈관 등 개인의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구축과 △병원의 의료 용품 구매를 돕는 스마트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사업 △양자암호통신과 블록체인으로 안전한 의료기관 전용 클라우드 솔루션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매출을 크게 일으킬 쪽은 중국 사업이다. 올해 3분기, 1억7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중국 의료 플랫폼 사업자 ‘지엔캉 160’과 손잡고 현지에서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인바이츠 헬스케어’는 SK텔레콤으로부터 심천 합작법인 메디컬센터의 지분(43.5%)을 양도받아 중국 사업 기지로 삼고, SK하이닉스의 우시 종합병원에도 각종 솔루션을 납품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도 관심이나 ‘원격 의료’가 허용된 중국 등 동남아 시장부터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준연 대표는 SK텔레콤 해외사업팀장을 지낸 전문가로 헬스커넥트 시절 임상까지 끝난 당뇨관리 앱이 의료법 때문에 서비스할 수 없게 되자 솔루션으로 눈을 돌려 사우디아라비아에 병원정보시스템(HIS)을 수출했었다”고 전했다.

규제 샌드박스로 일부 허용하지만..한국에선 꽉막힌 헬스케어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의료기관에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지만, 국내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만나지 않는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의료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보건복지부도 적극적인 법령 해석을 통해 일부 허용했지만 제한적이다. ICT 규제 샌드박스 1호 실증특례 기업인 휴이노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복지부는 “규제 없음”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려 상용화 길을 열어줬다. 이는 의사가 환자에게 내원을 안내하기만 한다는 점에서 원격진료는 아니지만, 현행 의료법에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의사가 환자에게 내원을 안내하는 것조차 근거가 불명확해 서비스할 수 없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2일 휴이노를 찾아 심장관리 서비스를 직접 체험한 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워치를 차고 365일, 24시간 관리받을 수 있다”며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심장질환자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휴이노를 방문해 길영준 휴이노 대표로부터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하여 심장질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소개 설명을 듣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또 코로나19로 병원 내원 불안을 없애기 위해 ‘전화진료’ 솔루션을 무상 보급하려던 라이프시맨틱스도 주춤하다. 지난 3일 환자가 자기 상태를 앱에 기록하면 의사가 이를 확인해 처방해주는 ‘에필케어M’ 무상 보급에 나섰지만, 대한의사협회가 검사가 필요한 환자의 진단을 지연하거나 적절한 초기 치료의 기회를 놓칠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가 지난해 265억 달러(약 28조6976억원)에서 2021년 412억 달러(약 46조1852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세계적 추세에 맞게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새로운 산업영역이 만들어지면서 일자리와 부가차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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