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개 사체가 산더미… 부자의 은밀한 개 도살장이었다”

송혜수 기자I 2022.10.05 21:37:44

동물단체 경찰 신고
사육장 주인 “도살된 개 사 왔다”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인천 강화도의 개 사육장에서 불법 도살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육장 내부 냉장고에는 개 사체 30여구가 나왔고, 도살 도구도 발견됐다.

인천 강화도의 개 사육장에서 불법 도살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동물구조119)
5일 인천 강화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강화군 불은면 소재 개 사육장 주인 A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사육장에서 개들을 불법으로 도살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신고는 동물보호단체 ‘동물구조119’를 통해 이뤄졌다. 이들은 전날 해당 개 사육장의 주소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가까이 계신 분들은 현장으로 달려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도살된 개 사체 사진 3장을 덧붙여 올리며 “사체 증거를 확보했다. 개들이 긴급격리조치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사진=동물구조119)
단체가 올린 사진에는 초록색 박스에 무더기로 쌓인 개 사체의 모습을 비롯해 하나의 철창에 여러 마리의 개들의 갇혀 있는 모습이 비쳤다. 비좁은 철창은 오랜 시간 방치된 듯 녹슬어 있었고 그 속에 갇힌 개들은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단체는 또 해당 사육장에서 개를 납품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근 보신탕 가게의 사진과 주소를 올리며 “혹시 개를 잃어버린 분들은 이 보신탕집에 가셔서 개를 찾아보라”고도 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강화군은 같은 날 현장에 출동해 사육장 내부에서 도살 도구와 개 사체 30여구를 발견했다. 또 철창에 갇혀 있던 개 33마리도 함께 발견했다.

(사진=동물구조119)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불법 도살 여부를 추궁했지만, A씨는 “도축된 개를 사 왔을 뿐”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A씨가 실제 도축된 개를 산 정황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동물구조119 측은 “A씨는 동물구조 119가 추적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며 “그래서 ‘개 식용 종식 국토대장정’ 중에는 도살장을 폐쇄하고 영업을 중단했었다. 종료를 선언하자 다시 도살을 시작했다”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강화도 도살장은 부자가 은밀히 운영하며 도사며 진도믹스 심지어 포메라니안, 슈나우저, 시바견, 푸들, 말티즈 등 소위 소형 품종견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도살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사진=동물구조119)
이어 “동물구조119는 도살장을 인지하고 1년 전부터 잠복과 동태 파악 후 결국 진입에 성공했다”라며 “버티던 도살자는 결국 포기를 선언하고 도살장을 철거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도살 도구가 있고 냉동고에는 개 사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 양에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라며 “이렇게 또 하나의 도살장이 사라졌다”라고 밝혔다.

강화군은 사육장에서 격리한 개 33마리 중 2마리는 주인에게 돌려보냈다. 나머지 31마리는 인천시수의사회 동물보호소로 옮겨졌다. 개들은 A씨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입양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이 사육장과 함께 건강원도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불법 도살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