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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이면 현금 바닥나는 대한항공.."2조원 규모 수혈 필요"

송승현 기자I 2020.04.23 17:37:03

올해 넘기려면 3조원 있어야 하는데
송현동 부지 6000억원…유휴자산 매각해도 1조원 안팎
올해 갚아야 하는 빚도 4조원..상환 연장도 필수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003490)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안이 오는 24일 발표된다. 매달 지출되는 고정비용 규모를 감안할 때 올해를 넘기기 위해선 최소 2조원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4일 국내 항공사에 대한 세부 금융지원안을 발표한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계획에 따른 후속조치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저비용항공사(LCC)에 3000억원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결정한 데 이어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에도 1조70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이에 따라 눈길은 그간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대한항공에 쏠린다. 대한항공은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의 1분기 실적이 영업손실 2480억 상당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여객매출의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운항률이 10%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매달 4000억원에 달하는 고정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한 해 8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발생하는 고정비용만 3조2000원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가 각종 공항사용료를 감면해줬지만, 13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 및 건물(605㎡) △대한항공이 100%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670㎡) 및 건물(1만2246㎡) 등 유휴자산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유휴자산 매각 주관 우선협상 대상자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속도를 내려 하고 있지만, 당장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송현동 부지에 대한 가치가 약 6000억원에 달하고, 전날 300억 상당의 매각 계약을 체결한 제주시 사원주택 부지 비용 등을 포함해도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서는 1조원 확보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대한항공은 당장 지난달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해 급한 불은 껐지만, 이때 남은 자금은 이달까지 사용하면 바닥이 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위기로 ABS 추가 발행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정부의 대규모 지원 없이는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올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가 약 4조원에 달하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의 상환을 연장해줘야 대한항공이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대한항공이 자체적으로 유휴부지 매각과 비용 절감 노력 등을 기울여도 최소 2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당장 이달 말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며 “항공업이 기간산업이고 대한항공이 항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했을 때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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