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지하 1층 식품코너에서 만난 직장인 김진환(28) 씨는 “취직하고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라며 “얼마 안 되는 월급이지만 괜찮은 선물을 고르고 싶어 백화점에 들렀다”고 말했다. “부모님께는 한우를 드릴 것”이라는 김씨의 꼭 쥔 왼손에는 이미 빨간 홍삼세트가 들려있었다. 취업준비생 시절 김씨를 살갑게 챙겨줬다는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 몫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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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경 찾은 롯데백화점 소공동점의 지하 식품코너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꽉 차 있었다. 이들은 소고기나 수산물 등 신선식품보다는 비행기로 운송하기 편한 포장상품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인 부부가 꽃으로 만든 차와 곶감세트 등을 구경하자 옆에 선 직원이 “헌 하오!”(정말 좋아요)를 연신 말했다. 신선식품 매장 직원은 “중국인들이 한번 사면 한국인보다 세 배씩은 사간다. 통이 크다”고 귀띔했다.
해외에서 공수한 이색 선물세트도 관심을 모았다. 수족관에 담긴 아일랜드에서 수입한 브라운 크랩과 블루랍스터이 꿈틀꿈틀 움직이자 지나가던 한 주부가 “여행 가기 전 선물해야 하는데, 이거 빨리 가져갈 수 있는 건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브라운크랩과 블루랍스터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산지에서 직송해 살아있는 상태로 배송해준다.
롯데백화점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매장도 선물을 사러 온 고객들로 북적였다. 꽉꽉 들어찬 손님들 틈바구니에 매장 직원들은 “이제 곧 품절입니다!”를 외치며 마지막 ‘떨이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백화점 추석상품은 정가판매가 원칙이지만, 일부 매대 직원들은 3% 추가 할인 등을 내걸며 직접 가격 흥정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고가의 상품을 많이 구매할 경우 3~5만원은 더 깎아줄 수 있다”며 고객 발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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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와 대형마트는 세트상품류 판매가 순풍을 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추석을 앞두고 100세트 한정으로 준비한 초고가 한우 프리미엄 선물세트(130만원) 물량이 모두 다 팔렸다. 360만원짜리 ‘법성수라굴비세트’ 20세트도 완판됐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60세트로 준비한 120만원짜리 ‘명품 목장한우 특호 선물세트’가 모두 팔렸다. 100만원짜리 ‘명품 한우 특호’도 180세트 중 160세트가 판매됐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전년 대비 매출이 40% 가량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8월9일부터 9월24일까지 건식품과 축산관련 세트상품판매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4%, 22.3%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