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자사주 매입도 코로나19 팬데믹엔 '속수무책'

고준혁 기자I 2020.03.17 17:29:30

17일 자사주 매입 종목 38% 주가 하락…전날엔 68%
규모 작아 "흉내내기" 지적…"'소각'해야 효과" 조언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세계 주요국 정부의 신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에도 ‘백약이 무효’하단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스스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공포가 워낙 커 주가부양 효과는 커녕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효과를 보려면 좀 더 과감한 규모로 진행하고 소각으로도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 마감 전 총 26개 상장사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또는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 결정 공시를 냈다. 이중 약 38%에 해당하는 10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닥 기업 21곳으로 한정하면 이중 11곳은 이날 코스닥 지수 상승률(2.03%)에 미치지 못했다. 브리지텍(064480)은 -6.95%를 기록해 크게 떨어졌고 지엔씨에너지(119850)는 -3.96%로 마감, 상장 후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전날에도 총 25개 상장사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자사주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가운데 총 8개 종목만 상승, 약 68%에 해당하는 나머지 17개 종목은 하락해 효과가 없었다. 상승 종목의 평균 상승폭은 2.56%인 반면 하락폭은 -4.95%로 2배가량 크다. 하락 종목 중 케어랩(-15.15%)과 서부 T&D(-10.00%)는 10%대 크게 내렸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매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은 것도 증시 부양의 일환이었다. 지난 13일 금융위는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만 가능했던 자사주 매입을 6개월간 1일 수량 한도를 없애는 등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주가를 관리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이같은 상장사와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코로나19 사태에 주가 방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어, 자사주 매입이 소각까지 이어지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단 얘기가 나온다. 매입 후 소각이 이뤄져야 확실하게 유통 주식수가 감소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데 그러한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 16~17일 이틀간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공시는 한 건도 없었고 올해로 기간을 넓혀도 총 19건에 불과하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국내 기업은 자사주를 비교적 활발히 취득하고 있으나 실제 소각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라며 “지배구조가 낙후된 기업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각해 향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에서 매입한 자사주가 다시 시장에 풀리는 사례를 매우 많이 접했다”며 “소각을 유도를 위해 매입 후 소각이 전제된 자사주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하는 법 개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소각엔 무리가 있지만 자사주 매입 규모를 확대할 필요는 있단 조언도 있다. 한 코스닥 시장 전문가는 “작은 기업들의 경우 이익 잉여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소각은 무리일 수 있다”면서도 “요즘 자사주 매입하는 규모를 보면 대부분 50억원 미만으로 작아 흉내내기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매입 규모를 키우는 것도 주가 안정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