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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준 수장인 제롬 파월 의장은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상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 필요성은 작다”고 강조했다.
◇연준 위원 17명 중…13명 ‘동결’ 4명 ‘인상’
연준은 10~11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현행 1.50~1.75%로 동결했다.
연준은 FOMC 직후 내놓은 성명서에서 “현재 통화정책은 경제 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2.0% 목표에 근접한 물가 상승률을 뒷받침하는데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정은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듯 투표권을 가진 위원 10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결에 표를 던졌다. 실제 블룸버그가 주요 투자은행(IB)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동결 전망은 100%에 달했다. 앞서 올해 세 차례의 인하 행진 때 한 번도 만장일치가 이뤄진 적이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연준은 내년에도 동결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를 보면, 투표권이 없는 위원들을 포함해 모두 17명의 위원 중 13명이 내년 동결을 점쳤다. 4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으며,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없었다.
연준이 이날 성명에서 “전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uncertainties about this outlook remain)”는 문구를 삭제한 점도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한 것으로 읽힌다.
하이라이트는 이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었다.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는 “금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의미있는 물가 상승(persistent and significant move higher in inflation)이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했고, 시장은 이를 ‘당분간 인상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연준이 전망하는 올해 PCE 인플레이션은 1.5%로 정책 목표치(2.0%)보다 낮다. 내년 역시 1.9% 정도다. 일부에서는 내년 대선과 맞물려 인하 전망마저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정책은 더 완화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파월 의장이 인상론에 선을 긋자, 주식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9.58포인트(0.11%) 오른 2만7911.3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9.11포인트(0.29%) 올랐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1.8%를 하회(채권가격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7.1로 전거래일과 비교해 0.3% 하락했다.
◇한은 “불확실성 조금 완화”…코스피 1.5%↑
연준의 동결론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로 여겨질 수 있다. AFP통신은 “연준을 향해 제로금리까지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는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인상은 없다’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관측도 많다.
국내 금융시장도 미국과 비슷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고 했다. 윤 부총재는 “연준 통화정책만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연준이 성명서에서 불확실성 문구를 삭제한 것은)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조금 완화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급등장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1.73포인트 상승한(1.51%) 2137.35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해 1.5%대까지 그 폭을 키웠다. 약(弱)달러 여파에 원·달러 환율은 7.90원 하락한(원화 가치 상승) 1186.8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