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F&F 주주총회에서 만난 김창수 회장은 최근 중국의 봉쇄령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봉쇄가 풀리면 실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김 회장은 이사회 의장이 아니어서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이날 주총에는 향후 중국 사업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주주들과 만남을 가졌다.
자타가 공인하는 라이선스 전략의 귀재인 김 회장은 1990년대 해외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독점 수입 사업이 주를 이뤘던 당시 메이저리그와 계약을 체결해 MLB 브랜드를 들여왔다. 김 회장은 기존 패션 업체와 달리 지식재산권(IP)을 쓰되 F&F만의 색깔을 입혀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미국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MLB 로고의 패션 제품은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브랜드 도입 20년만인 2019년에는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MLB의 중국 판권을 따내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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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작년 MLB차이나의 매출액은 38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5% 늘었다. 올해도 오프라인 매장이 300개 이상 증가하고 매출은 6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도 작년 5월 기업 분할이후 300% 이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F&F의 성장 속도는 기존 국내 기업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다. 앞서 중국에 진출했다가 철수했던 롯데마트와 이마트, 중국의 국민 화장품으로 불리던 아모레퍼시픽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F&F는 휠라가 9년, LG생활건강이 12년 걸린 매출 5000억원을 불과 3년 만에 넘을 기세다.
전문가들은 F&F의 성공 비결로 철저한 시장분석과 현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F&F는 직영 매장보다는 현지의 대리상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대리상은 중국 현지 유통망을 움직이는 거상으로 국내 패션·뷰티업계의 중요한 고객이다. F&F는 이들 대리상에게 MLB 제품을 공급하고 매장은 대리상이 직접 운영한다. 중국 대리상의 주문에 맞춰 베트남 OEM에서 실시간 반응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본사의 재고 리스크도 없다. 대리점 위주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운영 비용도 들지 않는다.
김 회장은 철저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성공의 요인으로 꼽는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와 소비 패턴의 변화를 연구하고 구매부터 생산까지 일련의 과정을 디지털로 관리한 덕분에 보다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소비자 트렌드 대응부터 생산, 유통 시스템, 마케팅까지 전사적인 디지털화를 추진해왔다”며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통해 글로벌 패션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지화와 디지털화 덕분에 MLB는 오프라인 진출 2년 만인 작년에만 상하이·베이징에 400개 이상 점포를 늘리며 총 500개 이상 매장을 확보했다. 당초 목표(250개) 대비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큰 로고와 선명한 색감이 특징인 MLB는 중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리상의 러브콜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3대 골프용품 브랜드인 테일러메이드의 우선인수협상자에 선정됐다. F&F는 센트로이드PE가 추진한 인수에 6000억원을 투자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올 하반기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F&F는 테일러메이드를 ‘제2의 MLB’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디스커버리가 국내, MLB가 아시아에서 성공했다면 테일러메이드는 북미 등 글로벌을 타깃으로 한 F&F의 첫 브랜드가 될 전망이다. F&F가 잘하는 동서양의 화합, 스포츠와 라이프스타일의 융합 시너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봉쇄로 F&F가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리오프닝 기대감이 크다”며 “K패션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홍콩에서 MLB의 실적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