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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는 중동 가운데서도 수입량이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의 6월 도입 비중은 40.1%(2929만8000배럴)로 미국에서의 도입 비중 6.9%(503만3000배럴)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 1월 도입 비중이 각각 사우디아라비아 28.6%(2653만6000배럴), 미국 14.5%(1341만5000배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오일쇼크 이후 수입처 다변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단가 하락 등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였다. 실제 중동산 비중은 2016년 85.9%에 달했지만 2017년 81.7%→2018년 73.5%→지난해 70.2% 등으로 내려간 데 비해 미주산 비중은 2016년 2.8%→2017년 4.0%→2018년 8.5%→2019년 17.5% 등으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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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의 배럴당 원유 도입 단가를 비교하면 미국 4월 46.44달러→5월 29.86달러→6월 31.74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 4월 30.93달러→5월 26.72달러→6월 31.75달러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중동 지역은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대폭 내린 데 비해 셰일에 기반해 원유를 생산하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비용으로 가격 하락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운송 기간과 비용 등을 고려해 정유사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확대를 택했다.
지난 5월엔 영국에서 9개월 만에 원유를 도입하고 노르웨이·브라질 등에서도 원유를 들여오는 등 도입처 역시 다변화했다. 고도화 설비를 갖춰 황을 포함한 불순물이 많은 중질유도 휘발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로 정제하는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초중질유에 속하는 중남미 원유 도입 비중을 2018년 17%에서 지난 2분기 33%로 끌어올렸다. 멕시코만 해도 6월 원유 평균 도입 단가가 배럴당 19달러대로 32달러대였던 사우디아라비아·미국에 견줘 저렴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가 2분기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낸 배경이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제성을 고려해 미국·남미산 물량을 증대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제품 판매가격이 비슷한 상황에서 원재료를 싸게 들여와 원가를 낮추는 것이 그나마 이익을 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다”며 “중동이 원유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두바이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