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산안법 개정안 진통 끝에 국회 통과…28년만 전면 개정

박철근 기자I 2018.12.27 23:02:11

2월 입법예고 후 10개월만 국회 문턱 넘어…표류 중 고 김용균씨 사망 계기로 논의 본격화
유해·위험 작업 도급 금지 및 안전조치 미이행 사업주 처벌 강화
안전조치 사업주 처벌 수위 정부안보다 하향조정
민주노총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적용업무 및 처벌 실효성 제한적"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위험의 외주화 방지’,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진통 끝에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제정 수준의 전부 개정이 이뤄진 셈이다.

이날 국회 문턱을 넘은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원청업체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확대하고 유해·위험작업의 도급 금지, 하청업체 직원의 산재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정부안보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 처벌수위가 낮아지고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적용을 받는 업무가 제한돼 향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연합뉴스)
◇“사람 죽어야 논의하나”…사후약방문식 대처 비판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후 의견수렴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수개월간 표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에서도 2개월 가까이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야간 정치적 대립으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던 가운데 이달 초 태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로 근무하던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하면서 노동계는 국회의 조속한 산안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국회도 그제서야 산안법 개정안을 본격 논의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사람이 꼭 죽어야 법 개정을 검토하느냐”며 국회의 안이한 태도를 강력 비판했다.

사망사고를 계기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산안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국회

◇사업주 안전조치 의무 강화 시도 불발

산안법 개정안의 핵심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도금작업과 같은 유해·위험작업은 원칙적으로 도급을 금지토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일시·간헐적 작업이거나 전문적이고 기술상 사업 운영에 필요한 경우는 가능토록 예외 조항을 뒀다. 위반시에는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원청의 안전관리 강화노력을 기대했던 정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개정 산안법에는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하게 한 자에 대해 현행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유지했다. 다만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동일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토록 했다.

지난 2월 정부의 원안에는 징역의 하한형을 명시했지만 차관회의에서 이 내용이 빠지고 징역형을 최대 10년으로 상향한다는 내용만 정부안에 담겼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기업 및 사업주 부담을 이유로 경영계의 반대에 부딪혀 기존 법 내용과 동일하게 7년 이하로 국회를 통과했다.

도급인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 수준도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강화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조정했다. 이 내용도 역시 정부안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하향 조정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논의에 불을 붙인 고 김용균씨 유족들이 국회 방청석에서 산안법 개정안 통과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민주노총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적용업무 및 처벌 실효성 확보 제한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산안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문제와 관련해 원청 책임과 처벌은 강화했지만 적용을 받는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정비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나 이번 태안화력 발전소 사망사고 발생 업무는 여전히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령 위임을 통한 추가 확대 가능성도 없어 결국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안전과 생명은 앞으로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산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업처벌 강화와 관련해 가중처벌은 도입했지만 하한형은 도입되지 않아 실질 실효성 확보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위험상황에서 작업 중지하고 대피할 경우 사업주가 불이익 처우하면 형사 처벌키로 한 조항이 빠진 점은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법의 구체적인 내용과 별도로 보수 야당이 목숨을 잃고 다치는 노동자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문제 원인을 제공하거나 조장하는 집단의 의견을 묻고 따른 행위는 보수야당의 근거가 어디인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