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은퇴연령 62.9세…절반 이상이 “노후 준비 안 됐다”
16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 준비가 잘 됐다고 답한 가구는 전체의 8.9%에 불과했다. 이 중 `아주 잘 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1.0%로 100가구 중 1가구 꼴이었다.
|
노후 준비가 잘 돼 있지 않은 가구와 전혀 준비가 안 된 가구는 각각 39.4%와 14.8%였다. 전년대비 잘 돼 있지 않은 가구 비율이 0.5%포인트 올라갔다.
전체 가구 중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는 83.0%이며 예상 은퇴연령은 68.2세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은퇴한 가구의 은퇴연령은 62.9세로, 전년보다 0.1세 낮아졌다. 은퇴 후 가구주와 배우자의 월평균 적정 생활비는 305만원으로 전년대비 12만원 높게 예상됐다. 그러나 생활비 충당 정도가 여유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은퇴 가구의 12.3%에 불과했다. 전년에 비해 3.6%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전히 10가구 중 1가구 꼴이었다.
반면 생활비 충당 정도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가구 비율은 55.6%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이 중 부족하다고 응답한 가구는 38.8%였고, ‘매우 부족하다’는 가구도 16.8%에 달했다.
평균 은퇴연령이 포함된 60세 이상의 보유자산은 전체 평균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8914만원으로, 50대와 40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다만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은 8716만원으로, 29세 이하(7085만원)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부채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0세 이상의 부채는 5703만원으로 전년대비 8.0% 증가했다. 이 중 신용대출 등 금융부채가 3592만원이었고, 임대보증금은 2111만원으로 전체 비중의 37.0%를 차지했다.
◇생활비 대부분 연금·용돈 의존…“취약계층 노후소득 보장해야”
은퇴 후 월평균 생활비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은퇴자 대부분이 공적수혜금과 공적연금에 의존하고 있었다. 공적수혜금은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제외한 공적이전소득으로,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지원금 등이 포함된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의 35.1%는 공적수혜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공적연금으로 충당하는 비율은 30.1%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가족수입 및 자녀 등의 용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가구는 21.1%에 달했다. 이외에 개인 저축액과 사적연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가구는 4.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충분한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노인 빈곤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9일 발표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2070년 4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 역시 43.4%로 OECD 1위다. 회원국 평균치(15.7%)의 세 배에 육박한다.
상당수 고령층이 은퇴 후 생활비 마련으로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공적연금 수급액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공적연금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많이 넣고 덜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충분한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소득취약계층에 집중해 이들에게 최소한의 소득 보장 수준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분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공적이전소득 외에도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 팀장은 “사적연금에 대한 세액공제와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금융 운용주체에 대한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며 “운용비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수익률을 제고하는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