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유진기업의 PB는 주로 타일, 위생도기, 욕조, 바닥재 등 건설 현장의 필수 품목인 ‘자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음식물처리기를 통해 ‘가전’의 영역까지 발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도 납품 기회 찾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손잡고 판로 확보의 역할까지 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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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는 자사 PB인 ‘홈데이’의 한 라인이다. 스페인어 ‘녹색’(verde)를 사용, 친환경 제품임을 강조하는 뜻임과 동시에 사업의 성공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아직은 음식물처리기만 포함하고 있지만 향후 가전 라인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미 보강에스티의 음식물처리기는 유진홈센터가 운영하는 홈인테리어·건축자재 전문 브랜드 ‘에이스 하드웨어’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다. 추후 유진기업의 PB로 거듭나면서 기능·디자인 측면의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기업은 새롭게 만들게 될 음식물처리기를 자사의 다른 PB들처럼 최종 납품처인 건설사에 일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레미콘, 철근과 같은 기초자재에서 석고보드, 타일 등 마감자재까지 모든 건축자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어서다.
최근 신축 건물에 음식물처리기를 옵션으로 설치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 만큼 다른 건자재와 함께 일괄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구매가 가능한 가전이라 에이스 하드웨어과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 직접 판매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 될 수 있다.
유진기업은 지난 2019년부터 중소제조업체와 협력해 건자재 상품을 개발하면서 현재까지 타일, 위생도기, 욕조, 바닥재, 목도어 등의 공동기획 제품을 출시했다. 판로를 도모하는 중소 제조사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싶어한 유진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유진기업에 건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중 중소기업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협력업체 400여 개 중 중소기업의 수는 320여 개다. 전체의 80% 수준이다.
납품 중소기업뿐 아니라 상품을 받는 건설사에도 이득이다. 유진기업이 다양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건축자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면 건자재 품귀 현상에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일괄 구매를 통해 구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유진기업은 베르디 출시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핵심 상업인 레미콘의 경우 건설 경기나 믹서 트럭 공급 제한 연장, 운반비 급증과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 많이 받는 업종이라는 이유가 크다.
먼저 지난해 2520억원이던 건자재 유통 매출을 올해 3000억원까지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물류 계열사인 유진로지스틱스를 통해 550억원을 들여 물류 자동화 설비 시스템을 인수, 물류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현재 에이스하드웨어에서 판매 중인 음식물처리기를 PB화 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레미콘 시장의 고착 상황을 뛰어넘기 위한 신규 사업 진행의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