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쿠팡 주가 급락…PSR로 밸류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한국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 역시 증시가 가라앉은 데다 원하는 밸류를 인정받으려면 미국 상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해 2조원을 투자받은 이후 기업가치가 10조원까지 치솟았으나, 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투자한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국내 한 심사역은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향후 2~3년간 시장 침체는 불가피할 듯하다”며 “글로벌 금리 인상 본격화에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 침체까지 총체적 난국”이라고 전했다. 이어 “마켓컬리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려 상장을 추진 중이지만 주가매출비율(PSR)을 적용해 고밸류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며 “마켓컬리가 PSR로 산정한 밸류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제대로 상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야놀자도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봤다.
PSR은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순이익 자체는 적어도 사업 확장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점유율이 높아지는 데 초점을 맞춰 미래 가치를 제시하는 방법이다. 마켓컬리와 야놀자 역시 매출과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성장한 케이스로 PSR 적용 가능성이 높고, 야놀자는 쿠팡 주가는 물론 마켓컬리 상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회수 창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상장 지연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나스닥은 상장하면 무조건 6개월 락업(의무보유)이 걸려 빠른 엑시트가 불가능하고 이후에도 증시가 반등하지 않으면 더 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투자한 바이오 및 플랫폼 스타트업 가운데 나스닥에 상장했으나 주가가 떨어지고 락업이 걸려 있어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못하는 국내 VC들이 상당수다.
나스닥 상장이 밀리더라도 투자받을 여력이 충분한 점은 긍정적이다. 창업주와 가족 및 등기임원을 포함한 지분은 올 1분기 기준 41.26%로 2~3년 내 프리 IPO 등 투자를 받더라도 경영권이 흔들릴 우려는 적다는 것.
VC업계 또 다른 심사역은 “락업 기간이 끝나 팔려고 해도 어느 정도 거래량이 나와야 하는데, 미국은 한국보다 우량 기업이 많고 투자할 기업 수 자체도 비교가 안 된다”며 “블록딜로 대량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하지 않는 이상 엑시트가 쉽지 않다. 상장 유지비도 국내보다 훨씬 많이 들어 주주들 부담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출과 밸류에이션 괴리도 큰 만큼 무리하게 강행하기보다는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데 힘쓰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 이미 정리 수순, 다음 타깃은?
|
야놀자는 이미 건설·시공·인테리어 자회사 야놀자씨앤디는 매각 결정하고 구체적 방식에 대해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법적 리스크가 큰 데다, 지난 2019년 야놀자 프랜차이즈 사업을 접으면서 이에 대한 캡티브 마켓을 노리며 세웠던 야놀자씨앤디의 역할과 수익성이 줄어든 탓이다. 업계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다른 일부 계열사까지도 정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자회사들을 통합·분리하는 등 정리하는 움직임은 이례적이진 않다. 보다 높은 밸류를 인정받는 데 있어 유리한 재무제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도 언급한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실사 담당 회계사는 “상장을 앞두고 사업들을 정리할 경우 상장 후에도 그럴 수 있다는 이유로 심사가 까다로운 미국 거래소 측으로부터 사업을 시작할 때 충분히 검토하거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고민하는 프로세스가 있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사업 정리 시 정리해고부터 들어가지만, 한국에선 불가능해 인력 감축이 힘들거나 잡음이 날 수 있다”며 “그렇다고 마케팅 등 고정비를 줄이면 본래 들어오던 캐시플로우가 망가질 수 있어 그것대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