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내년 1월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에 대해 보완 입법이 먼저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률상 처벌 대상이 모호해 모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잠재적 범죄자 신분에 놓이게 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또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진국들과 같이 산업안전정책의 기조를 처벌 위주가 아닌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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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일 중대재해법 개선 토론회를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내년 1월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보완입법 마련이 최우선”이라며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제정안도 많은 부분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률취지와 경영책임자 지위를 고려해 합리적이며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중대재해법의 가장 큰 문제로 모호한 처벌 대상과 적용 기준을 꼽았다. 특히 경청은 중대재해법 시행령과 관련 직업성 질병 기준에 중증도가 없고 경영책임자 개념과 의무규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중대재해 발생의 원인이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 명백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지지 않아야 하는데도 현행 법률이나 시행령 제정안만으로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중대재해법이 예방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업들이 의무규정을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있도록 법률 이행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1발제를 맡은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아무리 준법의지가 있는 기업일지라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규정이 수두룩하다”며 “기존의 안전관계법보다 강하게 처벌할 규범적 근거도 매우 부족해 형벌체계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상실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대로 법률이 시행될 경우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이 기업과 경영자를 매우 강하게 처벌하는 만큼 적용요건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며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모호한 의무로 엄벌에 처하도록 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법률의 규범력, 실효성 관점에서 볼 때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 감소라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클 것”이라며 “기업들의 이행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총, 경제계 공동건의서 조만간 정부에 제출
수사권 남용과 더불어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2발제를 맡은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의 불명확성 문제가 시행령을 통해 해소되기 어려워형벌규정으로서 정합성 시비와 수사권 남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를 정하지 않은 것은 기업들이 알아서 관계 법령을 찾아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3~4일 휴식으로 회복가능한 열사병 등 경미한 질병도 여과없이 중대산업재해로 포함시켜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총은 현재 입법예고 중인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경제계 공동건의서를 조만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