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이달 3주차 기준 166.0으로 지난해 3월(156.17) 대비 9.8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최고치를 기록했던 162.1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
신조선가 지수는 조선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지난 1998년 전 세계 선박 건조 평균 가격을 100으로 정했는데 이 지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선박 건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현재 신조선가 지수는 사상 최대 호황이었던 지난 2009년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신조선가 지수가 상승한 이유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고가의 친환경 선박 발주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전 세계적인 친환경 선박 전환 흐름에 따라 LNG선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LNG선 발주 규모는 약 70척에 달할 전망이다.
공급 부족 현상도 신조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선박을 만들 도크와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공급자 우위로 시장이 변하면서 조선사들이 선가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비로소 선박 저가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제값’을 받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신조선가 지수 상승과 함께 수주 물량 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분기까지 선박 312만CGT(65척)를 수주해 점유율 44%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259만CGT(110척·37%)로 2위에 그쳤다. CGT(표준선환산톤수)는 선박의 부가가치와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한국이 수주한 선박 수는 적지만 고수익·대형선박 중심 수주 활동을 펼쳐 점유율 면에서 중국을 크게 앞질렀단 평가다.
이에 힘입어 국내 조선 3사의 올해 실적은 나란히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추정 평균치)는 859억원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9084억원으로 2021년 적자 전환한 이후 2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적자 435억원을 기록하지만 연간 단위로는 11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년 만에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다만 한화그룹과의 합병이 업계 예상보다 다소 늦어지고 있어 수주전에서 적극적 의사결정이 어려운 탓에 흑자 전환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영업이익 121억원, 연간 영업이익 1737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 이후 이어진 적자를 9년여 만에 끊어낼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주력 수주 선종인 LNG선 호황이 올해에도 지속되면서 3년 연속 수주 목표 달성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목표는 지난해 실적(94억달러)보다 높은 95억 달러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LNG와 컨테이너 선종에서 중국보다 많은 수의 수주 실적을 올렸고, 특히 LNG선과 액화석유사그(LPG)선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으로 선대 교체가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컨테이너선의 올해 수주 규모를 비교해 보면 국내 조선사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국내 조선소의 친환경 컨테이너 선박 수주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며 “전체적인 글로벌 수주 규모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현재와 같은 주력 선종의 안정적인 수주가 이어진다면 올해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