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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회원국의 비축유 방출은 지난달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계속 오르자 IEA는 6000만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고, 회원국인 한국도 442만 배럴을 방출했다.
IEA의 비축유 추가 방출 소식에 시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5.6% 하락한 배럴당 96.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16일(배럴당 95.04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대비 5.2% 내린 배럴당106.90달러, 중동산 두바이유는 1.4% 하락한 배럴당 103.79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치며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비축유 방출로 인한 유가 하락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과거 IEA의 비축유 방출 사례를 봐도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하락하거나 진정세를 보였지만, 얼마 안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IEA는 지난 2011년 6월 23일 리비아 내전에 따른 원유생산 차질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비축유 6000만배럴을 방출했다.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을 유지했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10달러대로 급등한데 따른 조치였다. 비축유 방출 발표 후 유가는 약세로 돌아섰으나, 효과는 길지 않았다. 비축유 방출 15일 만인 그해 7월8일 다시 110달러를 넘었고, 이듬해 2월에는 120달러도 돌파했다. 결국 유가는 리비아 내전이 종료된 뒤에야 안정세를 보이며, 2012년 6월 9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3월 IEA가 비축유 6000만배럴을 방출했을 때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배럴당 70~80달러 대를 유지했던 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가파르게 오르자 IEA는 다시 한 번 비축유 방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증폭되는 공급 불안 우려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가는 비축유 방출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더니 8일 뒤인 3월 9일에는 배럴당 127달러대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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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수급 불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축유 방출은 단기 봉합책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면서 “비축유 방출이 끝난 후에는 다시 수급 불안 문제가 불거져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 하락 여부는 러-우크라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가 얼마가 갈지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조 실장은 “최근 국제유가는 세계 2위 석유제품 소비국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며 하향 안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공급 부문에서 러-우크라 전쟁의 악화 여부, 이에 따른 서방 진영의 대러 제재 강도 등이 유가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