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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 둔화 속 강달러 덮쳐…위안·엔보다 가치 더 떨어진 원화

이정윤 기자I 2023.09.06 20:00:10

6일 글로벌 강달러에 원화·위안화·엔화 급락
견고한 美경제…中부동산 위기·日통화완화
원화, 국내 경제 상황보다 위안화·엔화 동조 극심
전문가 “원화 단기 약세, 연말로 갈수록 강세”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중일 3개국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위안화는 중국 부동산 위기,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지만, 원화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위안화와 엔화 사이에 끼어 덩달아 동반 급락하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지만, 연말로 갈수록 회복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봤다.
사진=AFP
◇중국·일본·유럽 글로벌 성장 둔화 속 피난처 된 달러

6일 서울외국환중개 등에 따르면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6일 한 때 104.9를 기록, 지난 3월 초 105.8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 지표는 지난달 중순 이후 약 5.4% 급등하며 강(强)달러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 유가 급등에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이 힘을 얻은 영향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원화, 위안화, 엔화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337원까지 치솟았고, 달러·위안 환율은 7.31위안대, 달러·엔 환율은 147.82까지 상승했다. 모두 연중 최고 수준이다.

최근 미국은 고용과 물가의 둔화가 확인되며 견조한 경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추가 금리 인상 전망도 약해지며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5.25~5.50로 동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반면 중국, 일본, 유럽 등 전세계 주요국들의 경제 사정은 녹록지 않다. 중국은 헝다에 이어 비구이위안 사태로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부채 리스크가 커졌고, 기대만큼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내수 회복도 더딘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예금 금리, 증권거래세 등을 인하하는 등 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위안화 약세를 막기에 버거운 모습이다.

엔화 약세는 통화정책 차별화에 기인한다. 일본은행(BOJ)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엔화 가치가 장기간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달러 가치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BOJ가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경우 달러·엔 환율이 향후 6개월내 15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하면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1990년 6월 이후 약 3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다. 이날 달러·엔 환율이 148엔에 근접하자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달러·엔 환율이 계속 지금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대응할 것”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아시아 통화뿐만 아니라 유로, 파운드, 호주달러 및 스위스 프랑도 약세 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 불릴 만큼 독일 경제에 대한 구조적 저성장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어 유로화 약세 심리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원화, 엔화·위안화 약세에 동조…당분간 약세 지속

수출 회복이 지연되는 것도 원화 가치 하락폭을 키우는 배경이다. 8월 수출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전년동월대비 8.4% 감소했다.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게다가 이란 자금 송금을 위한 결제(달러 매수) 수요 등 수급 요인도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가치를 회복하려면 엔화, 위안화 반등과 함께 수출의 플러스(+) 전환이 필요하지만, 중국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수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여겨지는 만큼, 중국 부채 리스크가 원화 가치 반등을 제약하는 형국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3국 통화가 직면한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미약하지만 달러화와 아시아 3국 통화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일본과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에 엔화, 위안화 추가 약세폭은 제한될 수 있어 환율도 1300원 초반대 흐름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원화와 위안화는 달러 대비 5~7% 정도 저평가 돼있다.국내에 다른 요인이 있어서 원화가 약세를 띄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중국의 부양조치 강도에 따라 위안화가 얼마나 안정화할 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9월은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져서 환율 상단을 1335원까지 보고 있다”면서도 “4분기 미 연준의 긴축 종료와 함께 중국 경제가 안정되고 우리나라 성장률도 개선된다면 연말까지 환율은 1250원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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