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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위해 정부 ‘백 보 양보’…전공의 선택은

이지현 기자I 2024.06.04 17:15:17

인턴 수련기한 단축 레지던트 추가 시험 기회도
형평성 논란…미복귀 시 무한 책임 가능성 남아

[이데일리 이지현 송승현 기자] 정부가 전공의가 의료현장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그동안 못 채운 수련기간을 단축해주고 시험을 한 번 더 보게 해주기로 했다.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른 처벌을 강조해왔으나, 이번에는 백 보 양보하며 각종 구제책을 쏟아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정말 전공의가 너무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들은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의·정 갈등 향방은 이달 말에나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인턴 수련기한 단축…레지던트 시험 한 번 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이 아닌 개별 의향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이날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련병원장들은 전공의의 개별 의사를 확인한 후 사직서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 전공의를 모집한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하는 데 걸림돌이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한이 1년이 인턴의 경우 지난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인턴과정을 마쳐야 하지만 지난 100여일 집단행동으로 채우지 못한 것을 수련기한 단축을 통해서 내년 2월에 마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관련법은 대통령령을 변경해야 하지만 복지부는 이를 변경해서라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레지던트 2~4년차의 경우 지난 5월까지 복귀해야 했지만, 이 시한을 넘긴 상황이다. 정부는 시험을 먼저 치르고 추가 수련을 통해 충족하면 면허를 발급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 번 더 전문의 시험을 치러 복귀한 전공의들이 같은 해에 전공의 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조 장관은 “최대한 원래 계획대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미복귀 시 의료공백 책임 시한폭탄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에 일각에서는 100일 넘게 의료시스템을 마비시킨 전공의들에 대해 무한 관용을 베푸는 게 아니냐며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복귀하면 페널티가 없지만 사직한다면 전공의 스스로 페널티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사직하는 전공의들은 최대 2년 이내 재수련이 어려워진다. 전공의 수련 규정에 따라 수련을 받는 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는 1년간 같은 과·연차 수련에 복귀할 수 없다. 수련병원 전공의 선발은 매년 3월, 필수과에 결원이 생긴 경우에는 9월에 이뤄지는 만큼 미복귀자들은 일러야 내년 9월에 수련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만일 필수과에 결원이 생기지 않으면 2026년 3월부터 수련이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명령 철회의 효력은 장래를 향해 발생한다’라는 조건도 걸려 있다. 이날부터 명령 철회 효력이 발생하지만 이전 101일간 미복귀부분에 대해선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가 가능하다. 정부는 복귀자에 대해선 이전 사항을 묻지 않겠지만, 이후에도 복귀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장관은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하시는지와 의료 현장의 비상진료체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여론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대응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짧게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대책에 의료현장에서는 환영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인턴 기한을 단축해주고 레지던트들도 추가로 전문의 시험을 보게 해준다면 전공의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했다.

하지만 그래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달라진 건 없다”며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거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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