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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투자한 게 얼만데"…뮤직카우 규제에 VC 긴장

김연지 기자I 2022.04.21 16:46:50

조각투자 플랫폼에 VC 상당규모 투자
"뮤직카우 저작권료 청구권은 증권" 영향 예의주시
정당성·안정성 확보에도 "가이드라인이 판도 바꿀 것"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앞으로의 방향성이 더 중요해요. 뮤직카우 사례가 앞으로 부동산, 미술품 등 조각투자 분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테니까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청구권을 ‘증권’으로 판단한 직후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제도권에 편입돼 투자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투자자산으로서의 안정성 또한 높아졌지만, 앞으로 나올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이 조각투자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전히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최근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쪼개 판매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으로, 투자자는 청구권을 수시로 사고팔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그간 이러한 형태의 거래를 증권성 거래로 봐야 하는지를 논의해왔고, 결국 주식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금융당국 판단에 뮤직카우와 같은 조각투자 플랫폼 운영사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온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투자의 간편함’과 ‘안정적 수익률’을 내세워온 덕에 MZ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어온 조각투자 산업에 전통 금융 잣대를 들이대면 자칫 성장세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각투자 산업에 종사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 방식으로 저작권 청구를 통해 수익을 내려면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전통 금융에 충실하거나 디지털 혁신을 역행하는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기존 고객의 이탈을 시작으로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고 말했다. VC들이 앞으로의 규제 방향성에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실제 조각투자 플랫폼에 묶인 국내 VC 자금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다. 뮤직카우만 해도 KDB산업은행과 LB인베스트먼트, 위지윅스튜디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한화 등으로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와는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음원 투자 펀드 조성에도 나선 상태다.

이 외에도 롤렉스 등 현물을 다루는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 운영사 바이셀스탠다드는 출범 8개월만에 KB인베스트먼트와 씨엔티테크,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5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플랫폼에 대한 MZ세대 관심도 막대하다. 롤렉스 시계 11종의 조각소유권을 시작으로 회사가 그간 선보인 모든 포트폴리오는 1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완판됐다. MZ세대의 관심에 VC들은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향후 소비와 금융이 연결된 다양한 서비스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투자를 단행했다는 후문이다.

VC들은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투자와 관련 프로젝트는 꾸준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권에 편입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전통 금융 잣대가 아니라 저작권과 미술품, 부동산 등 영역별 특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만 혁신과 규제가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는 해소된 상황이라 투자가 막히는 등의 상황은 적을 것”이라며 “일부 VC는 조각투자 플랫폼 운영사들과 펀드 조성을 비롯한 관련 프로젝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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