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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 “경영승계 현안 및 부정청탁 존재”
30일 법조계 및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검찰의 분식 회계 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는 전날 대법원 판단을 두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판결이 잘 나올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경영시계가 제로니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29일 국정농단 상고심 선고에서 최순실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이재용 부회장 등이 지원한 16억2800만원의 제3자 뇌물 혐의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고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2심) 판단은 법리에 배치된다”고 판시했다. 2심 판단이 틀렸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며 “부정한 청탁 내용도 전 대통령의 직무와 이 부회장 등의 영재센터에 대한 자금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한데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한에 비춰 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이런 판단에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에 탄력이 붙게 됐다. 검찰 주장이 힘을 받으려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있었다는 게 먼저 인정돼야 한다. 전날 대법원은 이를 부정했던 2심과 달리 이 부회장의 승계 현안도 인정하고 관련한 부정청탁도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만들기 위해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분식을 김태한 대표 등이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가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이라는 일종의 부채를 숨겨 가치를 부풀렸다는 등의 의혹이다.
◇ 상반기 실적부진…증권가 평가 줄줄이 하락
반대로 삼성바이오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검찰이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은 김태한 대표 등에 이른 시일 내 재차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객사에서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는 대표 구속이 현실화되면 신뢰 추락에 따른 ‘수주 절벽’ 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삼성바이오는 CEO 공백 우려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경영차질을 빚고 있다.
인천시와 함께 송도 11-1 공구 내 약 33만㎡(10만평) 부지에 5공장을 건설하려던 투자계획은 분식회계 이슈가 불거진 이후 진척이 없다. 실적도 부진하다. 삼성바이오는 2분기 154억원의 영업손실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37% 줄어든 781억원에 그쳤다. 단기순손실은 적자폭이 줄긴했지만 134억원에 달한다. 1·2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상반기 전체 3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20% 감소한 2034억원에 머물렀고 당기순손실도 518억원으로 집계됐다. 2공장 공장가동률이 하락하고 회계관련 이슈로 소송 비용 등이 증가한 탓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삼성바이오 고민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삼성바이오 평가도 떨어지고 있다. 강하영·이혜린 KTB증권 연구원은 “장기화된 검찰 수사가 3공장 신규 수주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2019~2021년 3공장 가동률 전망치를 17%, 33%, 55%로 하향조정해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정치도 평균적으로 10%, 17%씩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서미하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연초에 제시했던 3공장 20% 가동과 3공장 50%이상의 수주 달성이 늦어지는 것은 우려된다”며 “회계이슈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고객사 유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