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진사퇴론` 확산…李, 당 내홍 봉합에 안간힘

박기주 기자I 2023.03.14 19:13:11

비명계 의원모임 `민주당의 길` 세미나
조응천 "文은 책임졌다…선당후사해야"
일각선 "李 결단 없다면 분당도 가능"
李 "총선 이기려면 분열·갈등 최소화해야"

[이데일리 박기주 이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어지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 재판 등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민주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재명 퇴진론’의 골자다. 리더십 위기를 맞은 이 대표는 강성 당원들에게 ‘화합’을 강조하며 비명계(비이재명계)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아울러 공천 제도를 정비할 태스크포스(TF)에 비명계를 대거 참여시키면서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비명계 중심 `이재명 책임론` 분출…“선배들 보라”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민주당 내 공부모임 ‘민주당의 길’은 14일 오후 ‘대선 1년 대한민국과 민주당’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2024 총선 공천제도 TF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달 2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과 달리 이탈표가 대거 발생한 후 2주 동안 중단된 바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탈표의 상당수가 이 모임 소속 의원이라고 보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날 세미나를 마친 후 김종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사퇴는 `민주당의 길`에서 논의할 의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 내에 사법 문제 등을 두고 논쟁이 많은데,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비전이고, 중도 및 합리적인 국민의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는 정치권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당 지도부라는 게 뭐냐, 당을 이끌어왔던 분들이 자신들이 이끌어왔던 결과가 지금 이 상태라고 하면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대선에 패배한 책임을 지고 송영길 대표는 물러났고, 문재인 대표는 당이 굉장히 어려움에 처하니까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지금까지 선배 대표들은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선당후사하는 정치로 다 자신을 먼저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퇴진 데드라인으로 오는 6월을 제시하고 있다. 내년 공천 관련 룰을 정비하기 전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새로운 지도부가 총선을 제대로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분당’(分黨)이라는 최악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공천룰을 확정하기 전에 빠르면 4~5월, 늦어도 6월엔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 이 대표의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며 “도저히 같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갈라설 각오도 해야 한다. 건강한 민주당을 지향한다면 국민들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이원욱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토론회’를 준비하며 발제자인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의원,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박진 교수, 김종민 의원. (사진= 연합뉴스)
◇李, `개딸`에 자제 권고…“쌍둥이도 생각 달라, 좋은 점 봐야”

이 대표는 ‘민주당의 길’이 진행되는 시간에 당초 계획엔 없던 당원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는 민주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당원존 라이브’에서 “정치라는 것이 혼자하는 것이 아닌 집단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2인 3각’ 경기처럼 보조를 잘 맞춰야 한다. 당원이 직접 의견을 개진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좋은 면도 있는데 부작용도 있다”며 “가끔 자해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쌍둥이도 생각이 다르다. 좋은 점을 봐야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발언은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비명계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분출되고 있는 ‘이재명 책임론’과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자신의 리더십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나쁜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 내년 입법권까지 넘어가면 퇴행의 속도나 강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게 우리의 일이고 제일 중요한 게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내년 총선 공천 제도를 준비할 ‘2024 총선 공천제도 TF’ 위원 11명 중 단 2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비명계로 채운 것 역시 이 같은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공천 TF 1차 회의에 참석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민주당 내에서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인, 그리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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