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위협하는 中CATL, 유럽시장까지 넘본다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CATL이 중국을 넘어 유럽으로 영역을 넓히며 국내 배터리(이차전지) 제조사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탑재량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에 올랐다.

6일 CATL, 아다마스인텔리전스(Adamas Intelligence) 등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이 44.45GWh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31.9GWh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했다.

아다마스인텔리전스는 유럽 시장에서의 CATL 선전에 주목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이 미미했지만 지난해 말 네 번째로 많을 정도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렸다. 국내 배터리사도 잇따라 증설에 나서며 유럽 시장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내 생산거점으로 삼은 폴란드에서의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70GWh로 늘린 데 이어 100GWh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 3대 시장 가운데 중국과 유럽에만 생산거점을 둔 삼성SDI는 지난 2월 헝가리법인의 유상증자와 차입을 통해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마련해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을 40GWh 중후반대까지 늘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에 총 17.3GWh 규모의 1·2공장을 짓는 데 이어 30GWh 규모의 3공장을 이반차에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CATL 배터리 사용량. (자료=아다마스인텔리전스)

이는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CATL의 매출액 503억위안(약 8조 6000억원), 순이익 56억위안(약 9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9%, 22.4% 증가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성적표인 셈이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 192억위안(약 3조 2900억원)·순이익 20억위안(약 3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2%, 163.4% 늘었다.

이같은 성장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해 1분기 배터리 탑재량이 15.1GWh로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320.8% 급증하며 점유율 31.5%에 달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탑재량이 총 14.7GWh로 합산 점유율이 30.8%인 것과 대조된다.

더욱이 CATL은 연말부터 독일 에르푸르트에 짓고 있는 유럽 첫 배터리 공장을 가동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배터리는 다임러, BMW 등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이 꽉 잡고 있는 중국 내수 시장도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다시 세계 최대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에 맞춰 CATL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올해 말 합작사를 포함해 총 200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전기차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중국계 배터리 제조사가 큰 폭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유럽 내 폭스바겐, BWM 등 완성차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키로 하는 등 CATL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