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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식재산권 표절에 무단 배포까지…경기복지재단의 민낯

정재훈 기자I 2022.09.21 16:48:43

경기도 '해봄프로젝트' 기초 연구보고서 표절
최초 SIB 기획한 기업 지재권 동의없이 배포도
法 "저작물 성명표시권·저작재산권 침해" 판결
기업 "공공기관 도덕적 해이 심각…개선돼야"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경기도가 기초생활수급자의 자활·자립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대대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낸 ‘해봄프로젝트’가 민간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대부분 표절해 시작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경기도와 수원지방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17년 민간자본으로 사회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사업 종료 후 그 성과에 대한 반대급부로 민간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사회성과보상(SIB, Social Impact Bond)사업으로 ‘해봄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를 위해 도는 2015년께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복지재단’에 SIB사업 추진을 위한 연구를 의뢰했고 경기복지재단은 같은해 말 ‘SIB 방식의 탈수급 유인프로젝트 사업의 타당성 및 설계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작성, 경기도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수원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경기도가 ‘해봄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경기복지재단을 통해 작성한 연구보고서의 내용 대부분이 SIB사업의 기획·운영 및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자문을 목적으로 설립된 ‘팬임팩트코리아’(이하 기업)의 지식재산권이라고 판결했다.

기업은 국내 최초로 SIB사업을 기획했으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서울시와 ‘서울특별시 아동복지시설 사회성과보상사업’을 주제로 SIB사업을 운영했으며 경기도의 ‘해봄프로젝트’는 국내 두번째이자 경기도 최초의 SIB사업이다.

당시 서울시의 첫 SIB사업에 고무된 경기도가 이를 도입하기 위한 절차로 경기복지재단에 연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제반지식이 없던 재단은 기업에게 ‘SIB 개념 및 중간지원조직의 역할과 선정 방법’ 등에 관한 원고 작성을 요청했고 기업 대표는 ‘경기도 SIB 사업보고서’를 제공했다.

기업은 이 과정에서 경기복지재단이 주관해 진행한 회의에도 5차례 자문위원 자격으로 참여해 경기도가 추진하려는 SIB사업에 대해 도움을 줬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이 경기복지재단에 제공한 사업보고서가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경기복지재단 소속 연구원 3명 명의의 연구보고서로 둔갑했고 경기도는 이를 공공기관의 연구성과로 치켜세우면서 보고서를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경기복지재단 홈페이지에 게시하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법원은 경기복지재단이 3명의 소속 연구원 명의로 작성한 ‘SIB 방식의 탈수급 유인프로젝트 사업의 타당성 및 설계 연구’ 보고서는 팬임팩트코리아와 공동 저작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출처 조차 표기하지 않아 팬임팩트코리아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원은 경기복지재단이 저작물의 저작권 및 성명표시권을 가진 팬임팩트코리아의 동의 없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은 저작재산권(배포권·전송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경기복지재단 관계자는 “올해 6월 판결 이후 법원에서 명령한 일정 부분의 경제적 배상을 했으며 홈페이지 게시된 보고서를 삭제하는 등 조치했다”며 “내부적으로 다시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자신을 도와준 민간기업의 지식재산을 침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자명한 사건을 법적다툼까지 끌고 간 일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며 “이런 잘못을 관행으로 만드는 일이 없어야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입찰을 통해 ㈜한국사회혁신금융을 운영사로 선정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해봄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17억7000여만 원을 성과 보상금액으로 운영사에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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