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시행 시점은 내년 7월로, 약 1년간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규제 공백’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보호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가상자산시장 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제재 권한 등을 담고 있다.불공정거래행위 규제와 관련해선 자본시장과 유사한 규정을 코인 거래에도 적용했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중요사항 거짓기재·누락 등)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시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취득한 재산은 몰수하도록 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구조적으로도 시세 조종에 취약한 상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9일 발표한 ‘한국 가상자산 시장과 펌프앤덤프 현상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가상자산시장은 전체 종목 수 대비 단독상장 종목의 비율이 높고, 글로벌 상위 10대 가상자산 외의 자산 거래비중이 41%에 달하고 있어 시세조종의 타깃이 되기 쉬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짚었다.
금융위원회의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체 거래되는 코인 중 62.24%(389개)가 하나의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상장 코인이다. 또, 코인별 투자비중을 살펴보면 글로벌 상위 10대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59%로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약 41%의 투자가 비(非) 메이저 코인에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공백이 우려되는 기간 동안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업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일반적으로는 펌프앤덤프(인위적으로 매수세를 늘려 가격을 끌어 올린 후 특정 시점에 갑자기 매도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행위)는 가상자산 투자가 활기를 띨 때 심화하는 경향이 있어, 최근 거래 침체기에는 강도가 감소했다”면서도 “아직 규제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시가총액이 작고 SNS를 통해 구매를 부추기는 코인을 주의해야 한다. 백 연구위원은 “거래량이 적고, 시가총액이 작은 코인들은 시세조종 세력의 조작 행위를 받기 쉽기 때문에, 비 메이저 코인에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SNS를 통해 홍보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킨 후, 매도하는 양상이 자주 관찰된다”며 “SNS에서 투자를 권유 받은 코인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5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자구책으로 지난 4일부터 ‘경보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거래소들은 공동협의체 닥사(DAXA)를 통해 마련한 공통 기준을 기반으로 각 사 사정에 맞춰 경보제를 적용했다. DAXA는 ㅁ최근 24시간 동안 가격 급등락(50% 이상) △최근 1~10일 동안 거래량 급등(100~300% 이상) △최근 1~10일 동안 입금량 급등(100~300% 이상) △글로벌 평균 대비 가격 차이 발생(5% 이상) △소수 계정 거래 집중 발생(40~80% 이상) 시 ‘주의 경보’를 내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