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서울 성북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단통법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단말기 유통법이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모두가 부당한 차별 없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2014년 제정됐지만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단말기를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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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으로 소비자 후생 감소…이통 3사 영업이익만 늘렸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됐다. 소비자가 어느 곳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하더라도 똑같은 보조금(휴대전화 단말기 할인 지원금)을 받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일명 ‘성지’로 불리는 대리점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 1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기도 하고 누구는 정보를 몰라 비싸게 사는 ‘호구’가 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단통법이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이통 3사의 보조금 경쟁이 사라져 오히려 전 국민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비싸게 사게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학생, 주부, 판매업자 등도 단통법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 등을 얘기하며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토론회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동안 단말기유통법 시행으로 시장이 투명화돼 이용자 차별이 완화됐고 자급제 단말기 이용 증가와 알뜰폰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비판이 양립해 왔다”고 지적했다.
단통법이 이통 3사의 영업이익만 늘렸다는 비판도 폐지 추진의 단초가 됐다. 이 부위원장은 “2014년도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1조6000억원이었는데 2020년도 영업이익은 3조5000억 원에 달한다”며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이 서비스 요금 인하나 서비스 증진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계속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선택약정 할인 유지·과도한 차별행위는 계속 규제
정부는 다만 단통법에서 도입된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통통신사 간 자율적인 보조금 경쟁으로 단말기 구입가격을 낮추되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요금할인을 받고 있는 소비자들의 혜택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단통법 폐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사업자 간 과도한 차별행위에 대해서도 전기통신법상 금지행위로 계속 규제한다. 이 부위원장은 “이용자에 미치는 부정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는 시장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계획에 있다”고 했다.
자율적인 보조금 경쟁과 과도한 차별행위를 어떻게 구분할 지 등 세부적인 정책은 향후 국회, 사업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조주연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를 차별적인 보조금으로 볼 지 등은 좀 살펴봐야 한다”며 “각각의 유형들을 조금 더 구체화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통법 폐지와 선택약정 할인제도 유지(전기통신법 개정)는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소비자들의 체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