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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부당 공동행위가 있을 때 사업자에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위반의 정도가 경미할 경우에는 과징금 없이 경고 처분을 내린다. 공정위의 사건절차 규칙에 따르면 입찰담합 관련 사건에서 피신고인들 중 과반수 이상의 연간 매출액이 각각 30억원 이하인 경우 경고로 의결할 수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입찰담합 위반 행위로 고발·과징금 부과 또는 경고처분한 67건을 대상으로 입찰담합 관련 계약금액과 조치 종류를 확인했다. 감사 결과 입찰담합 계약금액이 10억원 미만인 15건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담합 관련 계약 금액이 10억원 이상인 6건에 대해서는 업체들의 연간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이라는 이유로 경고 처분에 그쳤다.
하지만 연간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인 사건 중에는 계약 금액이 160억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 현재의 공정위 내부 기준대로라면 대기업이 계약 규모가 큰 사업을 낙찰받기 위해 연매출액 3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들을 들러리사(社)로 내세워 짬짜미 입찰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자체 사건절차 규칙에서 경고 처분 기준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려면 ‘과반수 기업의 연간 매출액이 30억원 이하더라도 계약 금액이 특정 금액 이상이면 (경고 처분을) 할 수 없다’는 등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지만 관련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업체들의 특수관계 여부를 경고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수관계 회사 이외에 입찰 자격을 가진 사업자가 없다면 경쟁이 성립되지 않고 유찰돼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법인 소유자들의 개인정보를 확인해 특수관계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공정위 조사 권한을 넘어서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