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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아비규환, 괜찮다는 정부"…김우주 백신학회장의 작심 비판

김지완 기자I 2022.03.22 14:57:19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文정부 방역에 쓴소리
"20년 묵은 낡은 방역시스템…신속대응에 안 맞아"
"보건부 독립시켜 전문가 채우고…방역 지휘체계 단순화"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코로나19를 감염병 2등급으로 낮춘다구요? 대한민국은 정책과 현실이 따로 노는 나라가 됐습니다. 선별 진료소에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기라인이 200미터 이상이라 PCR 검사 받기도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 확진이 돼도 질병관리청이 충분히 확보했다는 먹는 치료약 `팍스로비드` 처방 받기는 하늘에 별 따기구요. 중증 환자라 해도 입원 조차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 겸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코로나 방역을 작심 비판했다. 김 교수는 “현실세계 백성은 아비규환인데, 정부는 ‘괜찮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다”면서 “병원 역시 코로나 중환자 치료하랴, 일반환자 코로나 환자로 확진되면 수습하랴, 확진으로 현업에서 이탈한 수백 명 의료진들의 빈 자리를 메꾸느라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은경 청장이 충북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청 청사를 하루 빨리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정 청장이 요양원, 요양병원, 선별진료소, 외래 클리닉 등 찾아다니며 현장에서 코로나19 방역 문제와 해결책을 동시에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방역 체계도 엉망인데 정부가 앞장서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그는 “오미크론이 계절 독감과 치사율이 똑같다고 하는데,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가 따로 없다”며 “미국에선 오미크론이 독감보다 9배 치사율이 높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겪는 코로나와 미국이 겪는 코로나가 다른가. 지금 정부가 하는 것 보면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오미크론은 지난 한 달 반 동안 약 900만명이 감염됐다. 이달 사망자만 5000명을 넘어섰다. 반면 독감은 한 해 동안 전체 인구의 10% 수준에서 발병하고, 이중 1%가량 입원한다. 사망자 숫자도 1년 전체로 500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과 독감이 발병률, 입원률, 치사율 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지난 16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붕괴된 방역체계 회복을 위해선 보건부 독립과 파편화된 감염병 대응조직을 통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로 독립해 전문가들로 채워야 된다”면서 “보건복지부에 전문가들이 몇 명이나 있나. 의사라고 몇몇 있지만 그들은 의사라기보다 공직생활을 오래한 공무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청와대부터 국무총리, 질병관리청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도 단순화해야 한다”며 “그동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서로 다른 얘기를 얼마나 많이 했나. 이 때문에 국민 혼선이 상당했다”고 일침했다. 이어 “방역과 의료현장은 한 시가 급한 전쟁터”라면서 “이 시국에 중대본, 중수본, 방대본이 나눠 코로나19 대응하는 게 말이 되나. 이런 형식 타파하고 실사구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 대응엔 속도가 생명이지만 현재 구조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중대본, 중수본, 방대본은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재난시스템 만들 때 도입됐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중대본은 질병이나 홍수, 지진 등 각종 재난재해 사고 시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신종플루 감염 때 운영됐다. 이번 코로나19에선 국무총리가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방대본는 질병청 소속이다. 질병청은 감염병, 만성질환, 희귀 난치성 질환 및 손상 질환에 관한 방역·조사·검역·시험·연구 업무를 수행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끌며, 질병·감염병 사고 시 대책을 마련한다.

김 교수는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과학적인 방역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 방역정책은 과학을 기본으로 하지만 정치적인, 사회적인, 여론적인 결정으로 왜곡돼 왔다”며 “그 결과 K-방역은 용두사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10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숫자가 세계 1위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가 2년 3개월 간 지속하면서 자료가 상당히 많이 축적됐다”면서 “문제점과 잘한 점이 모두 기록돼 있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철저한 리뷰를 통해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현실은 왜곡한 채 우격다짐으로 ‘환자 폭증에도 일상으로 간다’는 모순된 방역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과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최소한 존경하는 태도라도 보여야 한다”면서 “방역정책 기본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 그러면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요구에 맞춰 미세조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경제를 바탕에 두고 방역하다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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