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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급매가 13억원대 정도”라면서 “집주인들이 대부분 팔아도 그만 안팔아도 그만인 분위기라서 이보다 더 떨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평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아파트값이 떨어진 곳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넷째주 은평구 아파트값이 0.03% 하락하며, 1년 7개월여만에 하락전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거래가 끊긴 가운데 일부 급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면서 집값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매수심리가 꺾이고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배짱 호가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매도 주체의 팔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처분이 시급한 매물은 앞서 증여나 매각을 통해 상당수준 정리가 됐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증여건수는 9만1866건을 기록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월별로 보면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상향 등 각종 세금 규제가 쏟아졌던 지난해 7월 전국 아파트 증여건수가 1만4153건으로 가장 많았다.
두번째는 대선 등 주요 정책 변수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점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선은 내년 3월이고, 보유세 과세 기준일은 6월 1일이다. 3개월 가량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라면서 “지금은 매수자 뿐만 아니라 매도자도 의사결정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아직 부동산 시장에서 추세적 하락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잇따라 공급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질적인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서울의 경우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40% 가량 줄어든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2만520가구로 올해(3만2012가구)보다 1만1492가구 감소할 전망이다. 경기도 입주 물량도 10만8578가구로 올해(11만3607가구)보다 소폭 줄어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매물이 쌓이는 것은 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기보다는 이를 받아줄만한 매수자가 없어서 나타난 착시효과”라면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상당한 하락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서는 매물이 늘어난다고 해도 하락 거래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