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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차에 車의무보험 들게 한 보험사도 위법…“개인정보 동의 없어”

최정훈 기자I 2020.06.17 12:00:00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 대포차량 의무보험 든 보험사도 책임
보험사가 차량 포기각서 근거로 소유자 동의 없이 의무보험 가입
대포차량도 보험계약 시 소유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 거쳐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보험사가 대포차량의 자동차 책임보험을 가입하면서 실제 소유주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계약에 활용한 것은 불법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자료=행정안전부 제공
17일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개인정보 분쟁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2001년에 도입된 개인정보 분쟁조정제도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분쟁을 소송 밖에서 원만히 조정하는 제도로 양 당사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하면 민사소송법상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조정은 A보험사가 대포차량의 운행자와 그 차량소유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자동차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사건이다. 대포차량은 이전등록을 하지 않은 자동차로, 자동차 소유자가 실제 점유자를 알 수 없어 제세공과금, 범칙금 등 각종 의무사항이 이행되지 않는 자동차를 뜻한다.

위원회는 보험사가 차량소유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명시적 동의 없이 보험계약을 한 것은 불법적인 개인정보 처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차량소유자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보험사는 차량소유자에게 4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조정했다.

이 사건 신청자인 차량소유자 B씨는 대부업체에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차용 하고 차량양도·차량포기 각서를 작성했다. 대부업체는 신청인이 채무이행을 하지 않자 8개월 후 C씨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 없이 차량을 매도했다.

이후 C씨와 A보험사는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자동차 책임보험 계약을 8년간 계속 해왔으나, B씨에게는 보험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A보험사는 “보험계약 과정에 확인을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하고 해당 보험모집인을 징계했다”면서도 “자동차 책임보험은 의무 가입이어서 부득이 B씨의 포기각서를 근거로 한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B씨가 대부업자에게 제출한 포기각서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C씨의 보험계약에 이용하는 것까지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보험사가 피보험자인 B씨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 현행법상 보험계약 시 피보험자의 자필 서명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들어 A보험사의 위법행위와 관련 B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김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조정관은 “보험사가 대포차량의 자동차 책임보험 계약 시 피보험자로 필수적인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포차량 양산에 한 몫하는 것”이라며 “불법적인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으로 계약된 보험은 향후 보험계약의 실효성이나 보험금 지급 등에도 문제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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